[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키워드는 ‘새 리더십’이다.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존 사장단들의 연쇄 이동이 도드라졌다.
 
신동빈 올해 롯데그룹 인사 의미는? 내부 인재 순환으로 '새 리더십'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내부 인재의 순환 보직을 선택했다. 새 리더십을 장착해 위기 탈출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적을 놓고 신상필벌하기보다는 각 계열사 상황이 엄중한 만큼 새 리더십으로 돌파구를 마련해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15일 롯데그룹이 진행한 2023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보면 외부 인재 영입 기조도 이어졌지만 기존 사장단이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이동해 보직을 맡는 순환 인사가 눈에 띈다.

대표적 사례는 이완신 사장이다.

이완신 사장은 기존에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지만 이번 인사에서 호텔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롯데홈쇼핑이 방송금지 6개월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거취가 불안하다는 시각이 일각에서 나왔지만 오히려 역할이 커진 모양새다.

호텔군HQ 총괄대표는 롯데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라는 중책을 짊어지는 자리다. 이완신 사장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가운데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자 마지막 공채 출신 CEO로 유명한데 그만큼 롯데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크다는 점을 높게 산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에 호텔군을 이끌어왔던 안세진 사장은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했다. 안 사장은 신사업 전문가로 지난해 외부에서 전격 영입됐던 인물이다.

안 사장이 자리를 이동한 것은 이례적 판단으로 여겨진다. 안 사장의 주된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업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인사 기조인 조직 쇄신 차원에서 안 사장의 보직을 바꿨을 수 있다.

다만 안 사장이 그동안 LG그룹과 LS그룹을 거치며 전략과 기획 등에 강점을 보였던 점을 감안해 롯데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로 배치해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안 사장은 앞으로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 방향 수립에 집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완신 사장의 이동에 따라 롯데홈쇼핑도 새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기존에 TV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재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홈쇼핑의 새 수장에 내정됐다.

남창희 롯데쇼핑 슈퍼사업부장(롯데슈퍼 대표)은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남 대표는 애초 롯데슈퍼의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기보다는 재신임한다는 뜻에서 자리를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남 대표는 롯데쇼핑의 주요 사업부 수장 가운데 유일한 롯데맨으로 유명했다. 1992년 롯데마트에 입사해 2019년까지 줄곧 롯데마트에서 일하다가 2020년부터 롯데슈퍼를 이끌어왔다.

남 대표가 빠진 자리에는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을 투입했다. 롯데마트 대표가 롯데슈퍼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롯데그룹에 일찌감치 합류한 컨설턴트 출신의 외부 인재로 올해 롯데마트의 반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를 오래 이끌어온 이갑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롯데지주로 이동했다. 그는 앞으로 롯데지주의 커뮤니케이션실장을 맡아 대내외 소통을 담당한다.

기존에 커뮤니케이션실을 담당해온 고수찬 부사장은 롯데지주 내 경영개선실장으로 이동했다. 경영개선실장은 11월 말 실시된 원포인트 인사에서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이동한 박현철 부회장이 맡고 있던 자리다.

하석주 전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빠진 자리에 박현철 부회장이, 박 부회장 자리에 고수찬 부사장이, 고 부사장 자리에 이갑 부사장이 이동한 것이다.

이갑 부사장이 맡고 있던 롯데면세점은 내부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기존에 한국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주남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러한 롯데그룹 인사 기조를 종합하면 계열사별 사장단의 교체 폭이 예상보다 크긴 하지만 내부에서 전략적으로 육성된 내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부 인재 영입도 이뤄졌다.

이창엽 롯데제과 대표이사 부사장은 한국P&G와 허쉬(Hershey) 한국 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 등을 역임한 마케팅 전문가다. LG생활건강에서 사업본부장(COO) 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올해 2분기에 퇴임했다.

롯데그룹은 이 대표 영입과 관련해 “우수한 글로벌 마인드와 마케팅, 전략 역량을 바탕으로 롯데제과가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해외사업 확장, 브랜딩 제고, 조직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롯데멤버스 대표이사에는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가 발탁됐다. 주인공은 현재 신한금융지주에서 빅데이터부문장과 마이데이터유닛장을 맡고 있는 김혜주 상무다.

롯데그룹은 김 상무를 전무 직급으로 영입해 롯데멤버스 수장에 앉혔다. 은행권에서의 영입했다는 의미와 더불어 여성 대표를 뽑았다는 점에서 새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한 인사로 여겨진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