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포함 총수 8명 사우디 왕세자와 1시간반 회동, 네옴시티 협력 논의

▲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가 17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첫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총수 8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 8명이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 등은 17일 오후 5시경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 1시간30분가량 열린 차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차담회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국내 20대 그룹의 총수 8명이 참석했다.

당초 4명만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날 4명을 추가했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장관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회동을 마친 뒤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기선 사장만 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오랫동안 같이 여러 사업을 같이 한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여러가지 미래사업도 같이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차담회의 주요 의제는 ‘네옴시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5천억 달러(약 660조 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SK그룹 등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아까바 만에서 네옴 국제공항까지 170km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친환경 수직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길이 170km, 높이 500m의 초대형 건물을 200m 간격으로 두 동을 건설해 그 안에 다양한 커뮤니티를 두는 미래지향적 도시다.

이날 국내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0조 원에 이르는 일감을 확보했다.

에쓰오일의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샤힌 프로젝트) 관련해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 사이에 설계·조달·시공(EPC)계약이 체결됐고 현대로템과 사우디 투자부 사이에 네옴시티 신도시 철도협력 등 모두 26개의 계약 또는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차담회에 참석한 그룹 총수들은 각 그룹의 강점을 토대로 향후 수주 기회와 협력 방안을 타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며 네옴시티와 관련해서도 오래전부터 협력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은 이미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지하에 고속철도 터널을 뚫는 ‘더 라인’ 공사를 수주했고 올해 초부터 사우디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그린수소사업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현대로템이 사우디 투자부·철도청과 철도차량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을 계기로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수소에너지, 탄소포집기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관련한 협력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선 사장이 이끄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선박엔진 공장 건설 등 협력이 진행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이 원자력발전소 분야에 세계적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원전에서 협력할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태양광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한류 콘텐츠 교류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가 열렸을 만큼 사우디에서는 케이팝 등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이해욱 회장이 이끄는 DL그룹은 그동안 사우디에서 다양한 건설 공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 회장은 이를 토대로 건설과 탄소저감,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