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실적 저하에다 사망사고까지 겹쳐 위기관리능력을 시험받게 됐다.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업계 최고 수준이었던 것에 견줘 무척 초라한 성적표다. 여기에 공사 현장에서 4번째 사망사고가 났고 해외 현장의 공사비 지급문제까지 불거졌다.  
 
DL이앤씨 실적 급락에 잇딴 사망사고까지, 마창민 올 겨울은 위기의 계절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사진)가 실적 저하에 사망사고까지 겹쳐 위기관리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DL이앤씨의 안성-성남 고속도로 9공구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A씨가 지난 20일 크레인 지지대 관련 작업을 하다 아래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1주일 만인 27일 오후 사망했다.

올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에서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DL이앤씨가 처음이다.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는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GTX-A 현장에서 전선 드럼에 근로자가 맞아 숨졌으며, 4월에는 경기 과천에서 노동자가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지난 8월 경기 안양에서도 펌프카 붐대에 근로자가 맞아 숨을 거뒀다.

마창민 대표가 세 건의 사망사고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된 셈이다.

마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통감하고 있다”며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 예산증액, 관리 인원 파견,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공사비 대금 문제를 두고 협력업체와 논란도 빚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9월27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튀르키예(옛 터키) ‘차나칼라대교’로 유럽 강철 교량상을 수상했다는 알렸다. 이때 다리 공사를 지난 3월 준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사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은 임시 개통에 불과하며, 남은 공사가 더 진행해야 하기에 실제 완공일은 2023년 3월로 미뤄졌다.

또한 차나칼라대교 건설에 참여했던 국내 협력업체가 공사비 160억 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하고 튀르키예 한국대사관에 호소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 관계자는 “차나칼래대교는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튀르키예 현지업체 리막홀딩스, 야프메르케지건설 등이 협력한 조인트벤처(JV)가 사업 추제로 국제법 등에 따라 계약이 체결됐다”며 “추가 공사와 관련한 공사비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어 이를 조정하고 있고 금액에 관한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사비를 지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안팎으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마 대표에게는 실적부진까지 겹쳤다.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8489억 원, 영업이익 116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5% 급감했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올 3분기에 매출 1조8990억 원, 영업이익 1440억 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치를 낮춰 잡았지만 실제 성적은 이조차 밑돈 셈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분기 12.2%를 기록한 뒤 1분기 8.3%, 2분기 7.2%, 3분기 6.3%로 잇달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12.5%를 기록하며 건설업계 최대 영업이익(9573억 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수익성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에 증권업계와 건설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올해 초 세운 실적과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을 확산하고 있다.  

마 대표도 올해 들어 경영환경이 나빠질 것을 보고 실적 목표를 전년보다 낮춰 잡았다. 대신 수주 목표를 공격적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두 가지 목표 모두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DL이앤씨는 올해 실적 목표로 매출 8조4천억 원, 영업이익 9천억 원을 제시해 매출 목표는 10% 올려 잡았지만 영업이익은 6% 내려 잡았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DL이앤씨가 올해 매출 7조6050억 원, 영업이익 5180억 원 가량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에 대규모 플랜트 수주가 기대되고 있지만 전체 수주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 DL이앤씨는 올해 신규수주 10조4천억 원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건축·주택 6조2천억 원, 토목 1조5천억 원, 플랜트 2조7천억 원 등이다.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4조9천억 원을 수주해 연간 목표의 55%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현대건설이 수주목표 100%를 달성했고 대우건설이 90%를 달성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플랜트 수주가 기대된다고 하더라도 아쉬운 수치일 수밖에 없다.  

DL이앤씨는 4분기에 카타르 라스파판 석유화학 플랜트(7천억 원), 셰브론필립스케미칼 USGC 2단계 프로젝트(6천억 원), 사우디아라비아 인산염 프로젝트(6천억 원), 국내 태광 아크릴로니트릴 프로젝트(3천억 원) 등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택 착공물량 목표도 1만5천 세대 수준이지만 3분기까지 누적 7451세대를 착공해 이 부문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이어 “다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DL이앤씨의 안정적 사업구조는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DL이앤씨는 시행사 차입금 지급보증은 없고 1조3천억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