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채무보증 불이행 결정에 따른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금시장에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정부도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김진태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 윤석열 야권 공세에 경제정책 부담 가중

김진태 강원도지사(사진)의 채무불이행 결정으로 촉발된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사태에 관한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지사가 촉발한 강원랜드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야권이 김 지사는 물론 윤석열정부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검사 출신 정치인인 김 지사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으로 야권에 윤석열정부를 공격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 경제참사 김진태 사태 자금시장 위기 대응 긴급토론회’를 열고 레고랜드 사태에 관한 김 지사와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강원도가 지급보증하고 있던 것을 김 지사가 안 하기로 하는 바람에 지방정부도 (지급보증을) 안 지키는데 공기업, 중앙정부는 지키겠느냐는 불신이 커져 자금시장이 꽉 막혔다”며 “김 지사도 문제지만 정부가 사태를 방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대표는 레고랜드 사태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판단이나 의무위반을 아주 쉽게 하는 강원도지사도 문제지만 이걸 자기편이라고 가만히 방치하고 있는 정부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에는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성명을 발표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강원도 문제라며 치부하던 정부가 부랴부랴 자금시장에 개입한다고 하는데 만사지탄”이라며 “긴축재정을 외치던 윤석열정부가 모순적으로 보이는 채권시장 개입을 제대로나 할지 실제 경색 상황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 9월 말 강원도가 산하 기관인 강원중도개발공사 채무를 갚지 않기로 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촉발됐다. 중도개발공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서 발행한 2050억 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가 돌아왔으나 상환되지 않았고 10월5일 최종 부도처리가 됐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채권시장은 큰 충격을 받아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고 급기야 윤석열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 일로 여야의 경제전문가 출신 정치인들은 일제히 김 지사를 성토하는 한편 정부의 책임도 물었다.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제에서) 시장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큰일인데 이를 무너뜨린 단적인 사례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라며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정치권이 개입해 경제위기를 키운 해악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지사는 "50조를 투입하는 긴급 처방으로 급한 불은 껐을지 몰라도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정부 인식이 여전히 안이하고 혼란스러워 이대로 가다간 실기할 우려가 크다"고 바라봤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레고랜드 부도가 촉발한 금융 불안의 끝이 어디일지 우리는 모른다”며 “대통령과 정부, 한국은행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악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대비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25일 YTN라디오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중앙정부나 금융당국과 논의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면서 “중앙정부도 (레고랜드 사태를) 미리 알 수 있었다고 보는데 조치나 조언을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김 지사와 정부 양쪽 모두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여권에서도 김 지사를 비판하며 정부의 대응을 걱정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번 레고랜드 사태의 심각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으나 채권시장의 경색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5일 한국전력의 3년 만기 채권 2천억 원의 입찰이 최종 유찰됐다. 한국전력 채권의 신용등급은 AAA급으로 매우 높은데도 자금조달에 실패해 레고랜드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인정했다. 추 부총리는 "시장이 취약한데 그(레고랜드) 부분이 자금시장 불안과 연결돼 불확실성을 증폭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가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위기 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재정을 시행하고 있던 윤석열정부가 시장에 50조 원의 유동성을 풀면서 정책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비유하자면 한동안 고금리가 진행되면서 채권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에 유증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잘 모르는 정치인 김진태 지사가 담뱃불을 던진 것”이라며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영국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으로 영국 국채시장이 난리가 난 것과 비견될만한 사안이다”고 분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50조 원으로 부족하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훨씬 많은 규모를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며 "금리가 올라 긴축적 통화정책을 쓰고 있는데 다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가야 된다는 신호를 보낼 수가 있다"고 바라봤다.

김 지사는 채권시장 경색에 유감을 표현하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거론하며 자신의 책임을 피하는 태도를 보여 비난여론을 키우고 있다.

김 지사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채무불이행 선언한 적이 없다”며 “이 대표는 전에 성남시 모라토리엄(채무이행 유예)을 선언해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지만 저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지사는 25일 베트남으로 출장을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더욱 가중됐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