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후판 가격이 올해 하반기 내려갈 가능성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3사 가운데 수주잔고의 질이 가장 좋은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후판 가격 하락까지 더해지면 내년 흑자전환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후판값 인하 가능성에 반색, 호재 많아 흑자 향해 쾌속 운항

▲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이 하락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질 좋은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고환율에 수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철강사와 협상에서 후판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 악화 고리를 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용 철강재로 주로 사용된다. 선박 제조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조선사 수익성을 가르는 주요 요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 협상이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마무리되고 가격은 톤당 5만 원가량 소폭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후판 가격 하락이 최종 결정되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네 번째 협상 만에 하락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을 협상하는 데 지난해 상반기 톤당 60만 원대이던 후판 가격은 올해 상반기 톤당 12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는 공급 부족 우려보다는 원재료 가격 하락 측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93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3.53%(3.53%) 하락했고 1년 사이 최고치인 3월7일의 톤당 162.75달러와 비교하면 40% 이상 빠진 것이다.

반면 9월 초 태풍 핀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를 입은 탓에 후판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 다만 기존에 쌓아뒀던 재고가 충분한 데다 포항제철소도 빠르게 정상화할 것으로 전망돼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이라는 새 주인 맞이를 앞둔 대우조선해양은 조선3사 가운데 후판 가격 하락으로 당장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1조7547억 원,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5696억 원을 봤다. 영업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수천억 원대의 대규모 충당금 반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후판 가격이 5만 원 하락하면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2천억 원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질 좋은 수주잔고를 지녀 향후 수익성 향상 속도가 가장 가파를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비교해 전체 수주에서 예정원가율이 90% 이하인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일하게 50%를 넘어서며(53%) 가장 높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수익성이 없는 예정원가율 100% 수주잔고의 소진도 가장 이른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예정원가율 100% 수주물량이 최소 2024년 3분기까지 남아있는 것과 비교해 대우조선해양은 예정원가율 100% 수주물량이 2023년 3분기에 모두 해소된다.

더구나 대우조선해양은 21일 1척당 가격이 2억5천만 달러(3550억 원)가 넘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역대 최초로 수주했다. 질 좋은 일감을 지속해서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은 대부분의 선박 건조 계약이 달러화로 맺어져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데 따른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는 파생상품의 활용)를 수주금액의 40%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이 환헤지를 100% 가깝에 유지하는 보수적 재무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환율 하락에 따른 위험성이 크지만 현재와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는 큰 폭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2023년 3분기 영업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을 고려하면 흑자전환 시점이 2023년 상반기로 소폭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또 예정원가율 측면에서 수주잔고의 질이 좋은 점을 기반으로 2024년부터 조선3사 가운데 실적 개선 추세도 가장 가파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실적 전망치는 올해 영업손실 5552억 원, 내년 영업이익 2029억 원이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