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 이재근 국감서 '리딩뱅크' 존재감, 채용비리 관련 공세 받아

▲ (왼쪽부터)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10월11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첫 국정감사에 데뷔하며 채용비리 논란 관련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 행장은 5년 만에 시중 5대 은행장이 모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대표로 증인선서를 하며 '리딩뱅크' 은행장다운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은행장으로 취임하기 이전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논란에 대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해야만 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 4대 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NH농협은행에서는 당초 증인으로 채택됐던 권준학 행장이 개인 사유로 불출석하자 임동순 수석부행장이 나왔다.

5대 시중은행장이 국감 증인으로 모두 신청 및 채택된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으로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무위는 은행장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횡령, 유용, 배임 등 은행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과 내부통제 강화 등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횡령, 유용, 배임 등 최근 불거진 금융권 내부통제 관련 사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 동안 KB국민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유용 등 금전사고 건수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었다.

특히 우리은행에서 700억 원대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던 만큼 이원덕 행장에게 질의가 집중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장들을 대상으로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근 행장을 향해 2015년~2017년 발생한 KB국민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집요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이 행장은 올해 초 KB국민은행장에 올랐다. 채용비리가 발생했던 2015년~2017년에는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재무총괄 상무 등을 맡고 있었다.

이 행장 취임 전 발생한 사안인 데다 당시 인사담당자도 아니었지만 이 행장은 KB국민은행을 대표해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만큼 답변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민 의원도 "국민은행의 책임있는 공식답변을 얻기 위해 이 행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채용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은 KB국민은행 전 직원 4인에 관한 처분과 거취 문제 △탈락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방안 △부정입사 의혹을 받는 직원의 거취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질의를 이어갔다.

이 행장은 이와관련해 "검찰조사에서도 면접, 필기시험 등 채용 과정에서 점수 조작 등 불법행위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기소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행장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은행에서 채용비리라는 것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2018년 감독원 중심으로 채용모범규준을 만들었고 모든 채용절차를 블라인드로 진행하는 등 공정한 채용이 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추가질의 시간에도 발언기회를 얻어 마지막까지 채용비리와 관련한 추궁을 계속했다. 목소리를 높여가며 판결문 등 관련 자료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행장은 종합감사때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발언을 끝으로 이날 증언을 마쳤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