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과 관련해 시설 투자 보조금 사용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미국 정치권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삼성전자도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도체 투자 지원을 받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 하도록 하는 규제가 적용된다면 이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계획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반도체법 지원금 사용처 제한 목소리, 삼성전자 주주환원에도 변수

▲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정부 지원을 받는다면 앞으로 주주환원 계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법인 건물.


7일 로이터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투자 지원을 받은 기업이 해당 자금을 주가 부양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두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미국 상무부를 향해 반도체기업들이 정부 지원금을 자사주 매입에 쓸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되는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하는 반도체기업에 모두 520억 달러의 지원금과 240억 달러 규모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반도체기업들이 모두 760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르는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 지원금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기보다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민주당 상원 및 하원의원들은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엄격한 규제가 없다면 반도체 투자 지원금은 본래의 목적을 잃을 수 있다”며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와 관련해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대신 미국 반도체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정부 지원금이 반도체기업들의 투자에 반드시 필요한 금액보다 더 많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보조금 경쟁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한 논란은 인텔이 2005년 이후 현재까지 1천억 달러(약 141조 원) 이상을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을 반도체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에 활용해 경영진과 주주들만 이익을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의회 의원들은 상무부가 이른 시일에 반도체 지원법 대상 기업들이 정해진 기간 동안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 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요구가 현실화된다면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은 뒤 현금 배당 규모를 축소하거나 제한하도록 하는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막대한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 지원금을 대형 반도체기업들에 제공하는 일을 두고 이미 비판적 여론이 꾸준히 힘을 얻고 있어 미국 정부도 이를 주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런 논란이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을 기대하고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17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상무부가 삼성전자를 반도체 지원법 대상 기업으로 선정하고 정부 보조금을 제공한다면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삼성전자에도 자사주 매입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특히 미국 반도체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 지원금이 제공되는 것과 관련해 더 엄격한 기준 아래에 놓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면 앞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소극적으로 벌여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사주 매입과 잉여현금 배당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정책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이는 한동안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규제로 삼성전자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워진다면 앞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시행이 삼성전자에 수혜로 돌아올 수 있지만 그만큼 경영상 의사결정에 미국 정부의 개입을 받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 대상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

상무부는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의 세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면 지원금을 회수하는 일도 망설이지 않겠다”며 다양한 방안으로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