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중국의 반도체 및 관련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 완제품에 이르는 자체 공급망 구축에 성과를 내 한국 반도체산업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규제가 중국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촉진, 한국경제에 큰 위협

▲ 미국 정부의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과 자급체제 구축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4일 아시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미국의 반도체산업 규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 SMIC와 화웨이 등 기업을 겨냥해 미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나 첨단 반도체장비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중국에 장비 수출 규제가 확대됐고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쓰이는 자동화 소프트웨어(EDA)도 제재 대상에 오르는 등 더욱 엄격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규제에 취약한 상황에 놓였지만 이는 단기적 영향에 불과할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기업의 신기술 개발이 이전보다 더 활발해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규제에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반도체 및 관련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노력이 실질석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SMIC가 자체적으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5나노 공정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이 대표적 예시로 꼽혔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의 기술 발전 노력은 이미 전 세계 반도체업계와 중국 사이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반도체 노광공정 및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에서 중국기업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기업 SMEE는 현재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노광장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해당 공정에 필요한 EUV(극자외선)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아시아타임스는 미국 정부의 규제가 SMEE에 일어난 “역사상 가장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이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동기를 부여했다고 바라봤다.

80여 곳에 이르는 중국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연구개발과 생산 등 과정에서 모두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규제 강화 이후 지원이 더 활발해지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은 이제 반도체산업에서 장비와 완제품 등에 이르는 완전한 자급체제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기업들에만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및 관련기업들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은 정부 지원 이외에도 거대한 내수시장이 비결로 꼽힌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 반도체시장 규모가 전 세계에서 약 36.5%의 비중을 차지한 만큼 중국기업들이 내수시장에만 집중해도 충분한 공급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가 다소 늦게 이뤄져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아시아타임스는 미국이 최근 중국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수출을 금지했지만 중국은 이미 앞으로 3~5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자급체제를 구축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규제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오히려 미국과 전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이 아시아타임스의 예상대로 미국 정부 규제를 계기로 삼아 자급체제 구축에 성과 확인을 앞당긴다면 자연히 반도체에 의존이 높은 한국 경제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전체 수출 물량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만큼 중국 기업들이 이를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중요한 실적 기반을 놓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시아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중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 경쟁국가로 키워내고 있다”며 “여러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시장에서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