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외부 인재' 전성시대, 일부 핵심 계열사는 아직 롯데맨 '아성'

▲ 롯데그룹에 외부 인재가 수장을 맡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안세진 롯데그룹 호텔군HQ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 모두 롯데그룹의 외부 인재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에 ‘외부 인재’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요직 곳곳에 외부 인재를 배치한 것도 모자라 롯데그룹의 인재 양성소로 불리는 롯데개발인재원도 외부 출신에게 맡겼다.

곳곳에 배치된 '비(非)롯데맨' 수장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롯데맨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분야도 있다. 화학군HQ(헤드쿼터)와 식품군HQ는 롯데그룹에서만 30~40년 일한 롯데맨들이 아직 경영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3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9월1일자로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에 취임하는 김희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인재개발원 역사에서 첫 외부 출신 수장이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공장을 짓기 위해 1988년 개인 재산으로 매입한 부지를 인재 양성을 위해 기부하면서 1993년 1월 세워졌다. 신입사원 교육과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도맡아온 롯데그룹 인재 양성의 요람이다.

여태껏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을 맡았던 사람들은 모두 롯데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었다.

2020년 8월부터 롯데인재개발원장을 맡아온 윤종민 사장은 1985년 롯데그룹 본부 인력관리부로 입사해 그룹본부 국제부와 롯데정책본부 인사실장, 롯데지주 HR(인사)혁신실장, 경영혁신실장 등을 거쳤다. 

윤종민 사장 전임 원장인 전영민 현 롯데벤처스 대표이사 역시 1992년 롯데정책본부 인사담당으로 입사해 롯데그룹에서만 한 길을 걸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범 30년이 된 롯데인재개발원의 수장에 외부 인사를 수혈한 것은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롯데그룹에 역량 있는 인재를 육성하려면 외부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다.

외부 인사에게 롯데그룹 변화의 열쇠를 맡기는 기조는 2021년 11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부터 도드라졌다.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글로벌 소비재기업 P&G 출신의 김상현 부회장을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의 핵심인 롯데백화점 대표는 신세계그룹 출신의 정준호 대표에게 맡겼으며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대표도 CJCGV 출신의 최병환 대표를 선임했다.

안세진 롯데그룹 호텔군HQ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도 외식 프랜차이즈 놀부 대표이사 출신이다.

올해도 외부 인사 영입은 계속됐다.

현은석 롯데쇼핑 백화점 디지털혁신센터장, 이우경 유통군HQ 마케팅혁신본부장은 각각 이베이코리아, LG생활건강 출신이다.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에도 신세계 출신 임원이 여러 명 포진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롯데그룹 공채 출신이 최고경영진까지 승진하는 길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롯데맨이 중용되는 계열사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은 화학군HQ다.
 
롯데그룹 '외부 인재' 전성시대, 일부 핵심 계열사는 아직 롯데맨 '아성'

▲ 롯데그룹에 입사해 한 길만 걸어온 롯데맨들의 자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왼쪽부터)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30년 이상 롯데그룹에 몸 담아온 롯데맨들이다.

화학군HQ의 핵심인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롯데맨의 입지가 확고하다. 현재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교현 부회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김 부회장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딘 곳이 롯데그룹이라는 뜻이다.

김 부회장은 이후 호남석유화학 임원에 올라 신규사업을 총괄하다가 2014년 롯데케미칼 부사장에 올랐고 롯데케미칼 해외 법인인 LC타이탄의 대표이사도 맡았다.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2020년 1월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면서 탄생한 통합 롯데케미칼의 지휘봉을 여태껏 쥐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2021년에 사상 처음으로 롯데쇼핑을 매출에서 앞지르는 등 롯데그룹의 안정적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평가다.

롯데정밀화학 역시 롯데맨 사령탑을 두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을 이끄는 김용석 대표이사도 1988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현재까지 롯데그룹에서만 쭉 일해왔다. 그는 롯데케미칼 중국법인의 법인장 격인 총경리, 롯데BP화학 대표이사,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식품군HQ도 비교적 롯데맨이 많은 곳이다.

식품군HQ 총괄대표와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경임하고 있는 이영구 사장은 1987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 정책본부 등을 거친 롯데맨이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롯데GRS의 대표이사 차우철 전무 역시 1992년 롯데제과 전산팀에서 일을 시작한 롯데그룹 출신 인물로 롯데 정책본부와 롯데지주를 거쳤다.

이 밖에도 5년 반 넘게 롯데건설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하석주 사장 역시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을 거쳐 2001년부터 롯데건설에 쭉 몸 담고 있는 전형적 롯데맨이다.

롯데그룹의 총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는 롯데지주 역시 롯데맨의 존재감은 굳건하다.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1979년 호텔롯데 인사팀에 입사해 4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호텔롯데 롯데월드사업본부 대표이사와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남희헌 기자
 
롯데그룹 '외부 인재' 전성시대, 일부 핵심 계열사는 아직 롯데맨 '아성'

▲ 롯데그룹의 총사령탑인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모두 롯데맨들이 맡고 있다.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