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완화법(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은 현대차그룹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내고 있는데 주력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에 큰 걸림돌을 만났다.
 
[오늘Who] 현대차 기아 미국 전기차 어쩌나, 정의선 보조금 대체 카드는

▲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사진)의 대응이 주목된다. 


대책이 마땅치 않지만 정 회장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 미국 전기차공장 가동까지 현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제혜택 만큼의 전기차 할인 제공을 추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과 관련한 전기차 보조금 제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은 전략기획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23일 미국 출장을 떠났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은 이미 의회를 통과됐지만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완화법의 내년 발효를 위해 세부적 기준을 결정하기에 앞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올해 4분기 안에 구체적 시행령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대응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국회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법(IRA) 시행을 위해 미국 재무부가 기준을 결정하게 돼 있다”며 “우리 업계의 요구사항이 많이 반영되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인플레이션 완화법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설사 WTO에 제소한다고 해도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으로서는 당장 전기차 판매 감소를 막기 위해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대로 인플레이션 완화법 실행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은 미국에 생산된 전기차와 관련해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 신차 기준 최대 7500달러 규모의 보조금(세제혜택)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 차량은 권장소비자가격 기준 SUV밴·픽업은 8만 달러, 승용차는 5만5천 달러 미만인 전기차다.

내년부터 7500달러 세제 혜택의 절반은 핵심광물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와 배터리 부품이 대부분 북미에서 생산되거나 중국 등 적대적 국가가 아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동맹국에서 수입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전기차공장 가동 시점은 기존보다 6개월가량 당겨진 2024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으로 최소 2년 가까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기본트림은 세제 혜택을 받으면 3만9950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 4만7450달러로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아이오닉5와 비슷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여겨지는 포드의 머스탱 마하E(4만4천 달러, 보조금 반영가)보다 비싸지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빠르게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며 개화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가격 경쟁력 하락은 이런 상황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데이터서비스기업 익스피리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3만3961대의 전기차를 팔아 점유율 10.0%로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를 차지한 미국업체 포드(2만1820대)를 1만 대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에서 1만4994대, 기아는 1만8967대의 전기차를 팔아 1년 전보다 현대차는 2.5배, 기아는 6배 이상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전기차시장 규모가 1년 전보다 60% 증가한 것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보조금만큼 가격을 할인해주는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세제혜택만큼 할인 등의 한시적 프로모션을 유지한다면 수익성은 줄어들겠지만 시장점유율은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 기아는 2020년 출시한 4세대 쏘렌토 하이브리드모델의 사전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환경부의 친환경차 기준에 미달하면서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자 사전계약한 고객들에게 회사가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전기차가 일반적 내연기관차보다 비싼만큼 전기차에서 가격 경쟁력은 중요한 요소”라며 “현대차그룹도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