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3사 유럽 전기차시장 몰려온다, 한국 배터리3사에 선전포고

▲ CATL과 BYD(비야디), 이브에너지 등 중국 배터리 3사가 대형 고객사와 손잡고 유럽 전기차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CATL 독일 뮌헨 배터리공장.

[비즈니스포스트] CATL과 BYD, 이브에너지 등 중국 상위 전기차 배터리업체가 잇따라 유럽시장에 공격적 진출 계획을 내놓으면서 유럽 주요 자동차기업을 고객사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럽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시장으로 두고 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중국업체와 치열한 가격 및 물량 경쟁에 직면하면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18일 로이터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브에너지는 2025년부터 독일 BMW에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브에너지의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가 최근 도입한 4680 규격 원통형 배터리와 비슷한 형태로 에너지 밀도와 효율, 단가 등 측면에서 기존 규격보다 유리한 신형 배터리에 해당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도 2025년부터 BMW에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앞두고 있다. 이브에너지와 비슷한 시기에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브에너지의 이런 계약 내용은 CATL이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을 목적으로 헝가리에 7조6천억 달러(약 9980억 원) 규모 공장을 신설한다는 발표를 내놓은 뒤 이어졌다.

CATL이 신설하는 전기차 배터리공장 생산능력은 최대 100GWh(기가와트시)로 유럽에서 가장 큰 배터리공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브에너지 역시 CATL을 뒤따라 유럽 고객사에 원활한 물량 공급과 고객 기반 확보를 목표로 이른 시일에 신규 생산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전기차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 1위, 이브에너지는 11위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연간 110%를 넘는 판매량 증가율을 보였다.

CATL은 세계시장에서 상반기 기준 35%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한 기업으로 한국 배터리3사의 점유율 합계를 크게 웃돈다. 점유율 증가세도 훨씬 가파른 수준이다.

이브에너지는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지만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중국에서 자회사를 통해 SK온과 배터리 합작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3위 기업인 중국 BYD도 테슬라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한 성과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일렉트렉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BYD의 신형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전기차가 이르면 내년부터 독일 베를린공장에서 생산돼 유럽시장 판매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ATL과 이브에너지,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 3곳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유럽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을 앞두면서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유럽 전기차시장을 최대 공급처로 두고 BMW와 벤츠, 스텔란티스 등을 긴밀한 협력사로 두고 있던 상황에서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3사 유럽 전기차시장 몰려온다, 한국 배터리3사에 선전포고

▲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유럽은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생산 거점도 밀집한 지역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폴란드와 헝가리 등 지역에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거나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하는 유럽 전기차시장에서 중국업체들과 맞경쟁을 앞두게 된 점은 한국 배터리 3사에 부담을 키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기업들은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고 중국에서 리튬과 흑연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수급하기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해 중국 배터리업체들과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배터리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저가에 물량 공세 전략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내수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전기차시장 성장에 따라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 주도의 친환경 정책 강화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가파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 3사가 유럽 고객사를 놓치는 일은 당분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생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중국 배터리기업이 점차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물량 공급과 가격 협상에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본격적 성장세에 접어들고 있는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해 유럽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영향을 만회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산업 성장을 견제하는 정책을 점차 강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 배터리업체가 미국에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