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MIC 7나노 반도체 기술에 의문, 수율 낮아 상용화 어려울 듯

▲ 중국 SMIC의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수율이 매우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가 자체 기술력을 통해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세계 반도체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반도체의 수율이 사실상 의미 있는 수준의 상용화는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은 전략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며 “대량 생산체계를 갖춰내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은 파운드리업체 SMIC로 꼽힌다.

SMIC는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상위 파운드리업체와 비교해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세공정 기술력이 크게 떨어져 한동안 의미 있는 경쟁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SMIC를 겨냥한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를 적용해 SMIC가 미세공정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장비를 사들일 수 없었다는 점도 약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SMIC가 중국 고객사에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위탁생산해 공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반도체업계가 촉각을 기울이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는 인공지능 등 고성능 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양으로 꼽히는 만큼 중국이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려는 목표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SMIC가 현재 5나노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MIC가 7나노 반도체 공급을 늘리는 일은 시간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SMIC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7나노 반도체와 같은 고사양 미세공정 기술 특성상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수율을 확보하는 데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SMI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TSMC의 고위 임원과 기술자를 대거 영입하면서 TSMC의 기술을 따라한 7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구현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SMIC의 기술적 성과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양산 수율이 매우 뒤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고객사에 SMIC가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하는 사례는 등장할 수 있지만 세계 반도체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만큼 많은 물량을 양산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SMIC가 반도체 생산 수율을 높이거나 7나노 미만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EUV(극자외선)장비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EUV장비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의 기술이 일부 활용됐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규제에 따라 SMIC에 장비를 공급할 수 없다.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수율을 높이거나 차세대 공정을 도입하려면 반도체 회로선을 미세하게 그리는 데 쓰이는 EUV장비가 필수적이다.

SMIC가 미국 정부의 규제 아래에 놓여있는 한 지금보다 더 앞선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MIC가 미국 규제의 영향으로 중국 내수시장에 갈수록 크게 의존하고 있어 성장에도 한계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및 세계시장으로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SMIC가 정부의 금전적 지원을 받아 수율 등 문제를 개선해 나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MIC는 반도체사업을 통한 이익 확보보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더욱 우선순위에 둘 수 있다”며 “다만 중국의 시도는 번번이 쓴잔을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