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2-07-25 15: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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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행정안전부(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찰내부 구성원들과 야당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경찰장악'이라 주장하며 반발하는 가운데 경찰국 신설을 주도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통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경찰의 반발이 장기간 이어지면 새 정부 초기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두고 “군대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였던 하나회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12·12 쿠데타’를 언급하며 경찰서장회의를 비판한 것은 경찰내부 반발에 위기감을 느끼고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국과 관련한 행안부와 경찰의 갈등은 행안부 경찰제도 자문위원회가 지난 6월21일 발표한 개선 권고안에서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정안부 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등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은 권고안이 발표된 날 성명서를 내고 “권고안은 민주성과 중립성이라는 경찰제도 기본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했으며 항의 차원에서 6월27일 사퇴했다.
전국 경찰서장 190여 명은 23일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열고 경찰국 설치 법령제정 절차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장 앞에는 전체 총경 710명의 절반 정도인 356명이 총경 계급을 상징하는 무궁화를 심은 화분을 보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러자 징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경위·경감 급 간부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사태는 더욱 확산될 분위기다.
총경 이하 계급의 집단행동도 예고됐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30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위·경감급이 주축인 전국 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경찰 관련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류 총경 대기발령과 경찰국 신설을 윤석열정부의 경찰장악 의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태로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과 통제 의도는 명확해졌다”며 “당장 류삼영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을 철회하고 경찰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도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퇴행적 경찰 장악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경찰의 책무는 권력 보호가 아니라 국민안전보호임을 망각하지말고 경찰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대기발령 조치부터 중단하라”고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국 신설은 경찰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반대로 경찰을 비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밀실에서 정권 입맛에 맞게 인사권을 행사할 땐 침묵하더니 인사지원 부서를 만든다고 (경찰) 장악을 운운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누가 봐도 선택적 분노이자 정치 규합일 뿐”이라며 “청와대 밀실 인사가 아닌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검증을 하자는 게 경찰국 신설의 본질이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을 통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정부 부처에 경찰 관련 공식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나섰다.
이 장관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행안부 장관이 경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고 묻자 “너무나 당연하며 약속드린다”고 답했다.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역대 정부는 그동안 헌법, 법률의 계통을 무시하고 대통령실에 파견된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경찰업무를 지휘해 왔다”며 “선거로 선택받은 대통령이 구성한 행정부의 소속 장관이 경찰을 통제하는 방안이야말로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수사권 개혁으로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경찰 견제가 필요하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경찰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이 있나”라고 반문하며 “독립해서 누구의 말도 안 듣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장관이 경찰국 신설 절차에 무리하게 속도를 낸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행안부는 15일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 등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과 관련이 없다”며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단축해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했고 법제처는 이를 받아들였다.
일반적으로 신설되는 법령은 40일 동안 입법예고 기간을 갖는다. 하지만 행안부는 16일부터 19일까지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 입법예고를 진행한 뒤 21일 차관회의에서 안을 통과시켰다.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8월2일부터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과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공포·시행한다.
이를 두고 행안부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경찰 제도개선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경찰청장이 임기를 시작해 버리면 말을 안 들을 테니까 후보자 지위에 있을 때, 말 잘 들을 때 말도 안 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경찰행정 심의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도 20일 행안부 입법예고안 관련 검토의견서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으며 제정안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장관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며 경찰국 신설 시행령 시행절차를 늦출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마땅히 이미 있어야 할 조직을 뒤늦게라도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논의만 무한정 할 수는 없다”며 “이미 일선경찰, 국회, 언론, 시민단체 등을 통하여 충분히 공론화하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