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잇따른 호재에 힘입어 사업확장에 힘을 받고 있다.

박정원 두산 대표이사 겸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에너지 외에도 반도체 테스트와 배터리소재부품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채권단 관리 졸업 뒤 사업구조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원 두산그룹 '사업 편중' 되풀이 없다, 에너지에 반도체 배터리 더하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6월14일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


17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납품할 소형모듈원전 제작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소형모듈원전의 대형 주단소재를 시작으로 내년 소형모듈원전 본제품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주단소재는 원자력 압력용기를 만드는 단조금속 소재를 말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에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제작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국내 투자회사들과 공동으로 뉴스케일파워에 4400만 달러, 지난해에는 6천만 달러를 투자한 뒤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에서 최초로 소형모듈원전 구축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소형모듈원전 제품들은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아이다호주에 진행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 프로젝트(UAMPS)에 쓰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에는 국내외 여러 소식들이 소형모듈원전 사업 확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7월 초 유럽연합(EU) 의회는 6일(현지시간) 원자력발전을 친환경사업 분류 기준인 ‘그린 택소노미(Taxonomy)’에 포함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 기준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일 유럽 국가 원전 운영사들이 원전 구기기 공급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유럽 원전안전 국제 표준인증(ISO 19443)을 받기도 했다. 유럽 원전산업 활성화에 발맞춰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셈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5일 국무회의를 열어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의결하며 원전산업 재건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의 3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박정원 회장은 핵심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존 에너지사업에 더해 반도체 테스트(후공정), 배터리소재부품으로 두산그룹 사업의 발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박 회장이 편중된 사업구조 탓에 위기에 빠졌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은 이전 정부의 화석연료 및 원자력발전 감축 정책에 두산에너빌리티가 휘청이면서 202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를 경험했다.

박 회장은 사업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4차산업혁명, 친환경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래 산업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영역으로 손꼽히는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사업을 보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반도체 테스트사업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두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은 4월27일 국내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분야 1위 기업인 테스나를 인수한 두산테스나를 공식 출범했다.

웨이퍼 테스트는 반도체 칩이 새겨진 원형 웨이퍼를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받아 전기, 온도, 기능 테스트를 진행해 양품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두산테스나는 세계 최고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을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박 회장은 6월 경기도 서안성 소재 두산테스나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이고 두산테스나가 5년 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글로벌 톱5로 성장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며 5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두산은 전기차배터리시장에도 올라타기 위해 전자BG(비즈니스그룹)에서 배터리소재부품 분야를 신사업으로 꼽고 수주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산 전자BG는 그동안 반도체, 스마트폰, 통신장비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을 주고 생산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소재부품으로 발을 넓혔다.

두산은 6월 말 독일에서 열린 ‘2022 유럽 배터리쇼’에 참가해 550여개 완성차기업 및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패턴드플랫케이블(PFC) 등 배터리소재부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패턴드플랫케이블은 배터리 최소 단위인 셀을 연결하는 소재다. 두산에 따르면 두산 전자BG의 패턴드플랫케이블은 기존 소재보다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여 배터리팩의 원가를 절감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비주력사업 매각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 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보일러 관련 기술기업 두산밥콕과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 부품기업 두산메카텍, 두산의 건물·주택용 수소연료전지사업부인 퓨얼셀파워BU의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콕, 두산메카텍, 퓨얼셀파워BU 매각을 통해 최소 3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공시를 통해 두산메카텍 매각 목적을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가속화 및 재무 건전성 제고 등”이라고 밝혔다. 두산밥콕과 퓨얼셀파워BU의 매각 이유도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업계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다수의 사업을 매각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그룹 내 전반적 재무 안전성이 개선된 데 더해 두산테스나의 계열 편입 등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