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 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 유지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 촉진3구역 사업은 3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에 공사비가 1조 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대전 도안에서도 1조 원 규모 사업장을 잃었다. 
 
HDC현대산업개발 1조 규모 부산 촉진3구역 '위기', 시공권 사수 총력

▲ HDC현대산업개발 로고.


촉진3구역까지 놓친다면 영업적 손실뿐 아니라 비수도권 도시정비시장에서 퇴출 분위기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부산 진구 범전동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예정대로 오는 22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과 맺은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표결에 붙인다고 20일 전했다. 

촉진3구역은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행한 뒤 그동안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시공계약 해지 여부에 관한 의견투표를 진행해 왔다.

2월18일부터 3월 초까지 진행한 투표에서는 투표자 1430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810명의 조합원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당연히 해지해야 한다는 쪽에 표를 던졌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대신 새로운 브랜드 사용을 비롯한 추가 조건들을 내놓았지만 조합원들의 불신을 달래지는 못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더 파격적 약속들을 내건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조합 측에 전달하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일 촉진3구역에도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날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전면 재시공과 새로운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약속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정 회장은 “고객의 안전문제 우려를 씻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존립의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한 신뢰가 없어지는 일이 없도록 회사에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촉진3구역 조합 관계자는 “4일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새로운 브랜드명이 겉표지에 적힌 새 사업계획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촉진3구역에 제안한 새 사업계획서를 통해 아이파크 브랜드가 아닌 ‘센테니얼’이라는 독자적 브랜드를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조합 결정에 따라 전혀 다른 브랜드를 적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이면서 브랜드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조합에 넘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합원에게 제공할 혜택도 준공까지 각 사업단계별로 세밀하게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 이주비, 이사비용 지원은 물론 조합이 제일 크게 불안감을 표시하는 안전부문에서 골조 및 구조에 관한 하자보수를 준공 뒤 30년까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결국 재건축 연한이 올 때까지 건물의 안전문제를 책임지겠다 뜻이다.

이 밖에도 조합원분양가에 관해 조합결정을 100% 수용하고 인피니티풀, 수영장과 스파, 골프장, 오픈시네마, 조식 컨시어지 서비스 등 최고급의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또 마감재 등 자재를 최고급으로 구성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사업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부산에서 서금사A구역 재개발사업장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는데 촉진3구역만큼은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최근 도시정비시장 전반적 분위기나 건설업계 대외적 환경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촉진3구역 조합은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해지하면 빠르게 조건이 더 좋은 시공사를 재선정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은 자재 값 폭등 등 대외적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정비사업 입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사고로 영업정지 등 회사가 존폐위기에 닥쳐 있는 만큼 수익성을 포기하고 일감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다른 건설사는 상황이 다르다.

촉진3구역을 탐내는 건설사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파격적 조건을 본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을 내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부산에서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부산 최대 재개발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 해운대구 우동3구역은 최근 시공사 입찰이 두 번이나 유찰됐다. 

우동3구역은 부적절한 협력업체 선정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4월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맺었던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올해 4월과 5월 두 차례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건설사들이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우동3구역은 '부산의 강남'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전국으로 봐도 비싼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선 해운대구에서도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대 수도 2918규모 대단지로 예상 공사비가 1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조합이 하이엔드급 조건을 요구하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발을 뺐다.

도시정비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이 지연되는 데 따르는 위험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의 파격적 조건과 사업지연 등에 관한 우려 등이 겹치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계약을 유지하는 사업장들도 꽤 있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표결한 서울 이문3구역 재개발, 잠실 진주 재건축, 상계1구역 재개발, 미아4구역 재개발 등은 시공계약 유지 결정을 내렸다.

부산 촉진3구역은 부산 진구 범전동 71-5번지 일대 최고 60층, 3554세대 대규모 단지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부대 복리시설도 4개동 규모로 건설된다.

촉진3구역은 부산 중심가인 서면 등 도심과 가깝고 시민공원이 바로 앞에 위치해 요즘 집값을 올리는 대표적 요소인 ‘팍세권’ 입지를 갖추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지난 2017년 롯데건설과 경쟁에서 이겨 촉진3구역 시공권을 따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