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전 수출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원전 수출의 성과를 내는 데 앞장서야 할 한수원 사장의 인선 작업은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경영진 공백이 메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해외수주 도전 이어져, 수주활동 이끌 사장 인선은 기약 없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25일 한수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수원은 최근 폴란드 정부가 진행하는 신규 원전사업 수주를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21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서한과 함께 사업제안서를 폴란드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사업은 2033년 1기 운영을 시작으로 2043년까지 순차적으로 원전 6기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전체 6기의 발전용량은 6000~9000MW(메가와트) 규모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에 입찰 참여와 관련해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을 위한 잠재공급사 가운데 한수원은 기술력, 경제성, 사업역량, 재원조달 등 모든 측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국원자력산업계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제안서를 폴란드 정부에 공식 제출해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수주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한수원은 지난 3월 체코 정부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건설할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한수원은 올해 11월 전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위한 최종 입찰서를 제출한다.

이 밖에 한수원은 이집트의 엘다바 원전사업에서 터빈건물 등 2차측 건설분야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진행하는 원전 사업에서는 예비사업자로 선정돼 있다.

최대 16기 원전 건설이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사업은 2018년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를 예비사업자로 선정한 뒤 입찰 진행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 있다.

당장은 진척이 느리지만 사우리아라비아를 비롯해 동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원전 사업은 다시 활기를 띌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세계적인 친환경 움직임에 원전 개발이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면서 원전 개발은 다시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기존 원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안전성 문제에서 기술적 보완이 이뤄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활용한 원전은 앞으로 활발하게 추진될 공산이 크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탄소 중립을 위해 주요 국가들이 원전을 다시 되돌리는 상황에서 소형원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소형원전은 가압기와 냉각재 펌프, 증기발생기 등 구성요소를 하나의 모듈 안에 조립해 배관파손 등 안전성 문제를 차단했다”고 바라봤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소형모듈원자로 기술을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초격차 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등 국내 원전 기술력 개발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다만 실제 원전 수주활동을 주도할 한수원 사장 인사에서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전 수주는 한수원을 비롯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한전기술 등 관련 공기업, 원전 주기기 공급을 맡는 두산에너빌리티, 구조물 건설을 맡는 건설사 등이 연합한 ‘팀코리아’ 단위로 이뤄진다.

하지만 주도적 역할은 원전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수원의 몫이다.

정 사장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와 관련해 올해 3월까지 7차례나 체코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7일에는 체코 두코바니 원준 수주에 참여하는 '팀코리아' 참여 기업들을 모아 수주전략 회의를 열고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며 "지난달 체코를 방문해 지금까지 우리의 노력을 향한 체코의 우호적 반응을 확인했고 팀코리아가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하면 체코 신규 원전사업을 반드시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 사장이 4일 자로 임기를 마쳤음에도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사장은 현재도 한수원 사장으로서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인 만큼 대외 활동에 제대로 힘을 싣기 어렵다.

한수원 사장 인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데는 제청권을 지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새 정부 내각의 진용이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5일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첫날부터 파행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인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도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 앞에 서있다. 이 후보자에는 문어발식 사외이사 논란, 사택 재테크 논란, 국비유학 후 꼼수 이직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