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가 티웨이항공을 저비용항공사(LCC)에서 대형항공사(FSC)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이 체질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야 해 정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티웨이항공 대형항공사로 변신 추진, 정홍근 투자유치 절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18일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3월 대형항공기 A330-300 1대 운항을 시작으로 대형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대표는 3월부터 운항을 시작하는 대형항공기 A330-300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A330-300을 3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향후 2027년까지 대형항공기 20대, 중소형항공기 30대 등 모두 5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2027년에는 연매출 3조 원 달성한다는 새 비전을 내놨다. 

이처럼 티웨이항공이 대형기 도입에 나서는 것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들고 있던 슬롯과 운수권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두고 통합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재배분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저비용항공사들은 두 항공사가 내놓은 운수권과 슬롯을 바탕으로 중장거리 국제선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이 대형항공기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기존 저비용항공사에서 대형항공사로 티웨이항공의 변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LCC(저비용항공사)·HSC(하이브리드항공사)·FSC(대형항공사)라는 개념을 따라가는 것보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내놓은 새로운 비전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무위기를 극복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형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121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4번째 유상증자다. 

하지만 모회사이자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의 유상증자 참여가 불확실해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가 성공할 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은 앞서 2020년 7월과 같은해 9월, 2021년 3월에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2020년 7월 진행된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가 불참해 철회된 바 있다. 

또 2020년 9월 추진된 유상증자에는 티웨이홀딩스가 참여했지만 2021년 3월 진행된 유상증자에는 티웨이홀딩스가 참여하지 않았고 제3자 배정방식으로 진행돼 투자운용회사 JKL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 더블유밸류업 유한회사로부터 800억 원 규모의 자본투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티웨이홀딩스의 지분율은 기존 58.32%에서 40.92%로 줄었다. 

이번 유상증자도 티웨이홀딩스가 배정된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현금 자산이 넉넉하지 않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티웨이홀딩스는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20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 발행되는 보통주 500만 주를 현재 지분율대로 기존 주주에 배정했을 때 약 400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티웨이홀딩스의 유상증자 참여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2021년 한 해 동안의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도 항공업황이 개선되지 않은 만큼 티웨이홀딩스의 자금 상황이 나아졌을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티웨이항공이 유상증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자에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정 대표는 유상증자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시하진 않았지만 최대주주뿐 아니라 제3의 기관에도 얘기해 최대한 유상증자 지분 참여를 많이 하도록 말할 계획이다”며 “그 부분과 관련해선 4월 초 공식적으로 발표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티웨이항공의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해외입국자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 방역지침을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가 해외노선 증편에 대해서는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저비용항공사들이 실적을 개선할 만큼 국제선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특성상 전체 매출에서 국제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국제선이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을 개선하기 어렵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안에 대형항공기 5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자금 부담이 커진다면 계획을 실현하는 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저비용항공사가 실적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봐야겠지만 하반기에 단계적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는 적자를 줄이는 것만 해도 선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저비용항공사 대표이사 가운데 최장수 대표이사다. 2015년 12월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019년 3월 재선임에 성공했으며 31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두 번째 연임이 결정되면 2025년 3월까지 티웨이항공을 이끌게 된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