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이 내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원전 2호기의 경제성 평가에 착수했다. 

상반기에 결과가 나오는데 고리원전 2호기가 새로 마련된 원전 경제성 평가지침의 첫 적용대상인 만큼 이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다른 원전들의 운명을 가늠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고리원전 2호기를 시작으로 향후 3년 안에 고리원전 3·4호기 등 네 곳의 설계수명이 끝난다. 
  
고리2호기 운명 올해 상반기에 결정, 한수원 경제성 평가 본격화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고리원전 2호기의 설계수명 만료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경제성 평가 절차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지난 1월에 용역입찰을 내고 안전성 평가 수행업체를 선정하는 등 고리원전 2호기의 경제성 평가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원전 2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를 바탕으로 수명연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고리원전 2호기는 새로 마련된 원전 경제성 평가지침의 첫 번째 적용대상인 만큼 어떠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올지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감사원의 요구에 따라 원전의 경제성을 판단할 새로운 평가지침을 마련했다. 이는 감사원이 2020년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과정에서 경제성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고리원전 2호기의 경제성 평가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한수원이 수명연장 신청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전연료비가 저렴한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1kWh당 연료별 발전단가는 LNG가 206.2원, 석유가 215.2원, 석탄이 135.5원인 반면 원전은 61.5원에 불과했다. 다만 여기에는 원전 폐기물 처리비용 등이 반영돼 있지 않다. 

앞서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노후 원전의 폐로를 섣불리 결정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한수원은 2020년 11월 이사회를 열고 향후 수명 만료가 도래하는 원전과 관련해 경제성 평가 지침에 따른 평가 결과와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계속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지난해 초에 원전 경제성 평가지침 개발용역도 발주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통해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폐쇄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10기에 이른다.

이에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지침 개발에 나서면서 시민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경제성을 이유로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고리원전 2호기의 경제성 평가 결과와 수명연장 신청 여부는 2호기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1~2년 안에 곧바로 고리원전 3·4호기와 한빛원전 1호기도 설계수명을 다한다. 이에 고리원전 2호기를 둘러싼 판단이 다른 세 곳에 곧장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3년 후인 2025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고리원전 2호기를 포함해 모두 4기다. 고리3호기는 2024년 9월, 고리4호기는 2025년 8월, 한빛1호기는 2025년 12월 설계수명이 각각 만료된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이 수명연장을 하려면 설계수명 만료일의 2년 전까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고리원전 2호기 평가가 끝나면 고리원전 3호기 평가에도 서둘러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전 가운데 월성원전 1·2호기와 고리원전 1호기의 설계수명은 30년, 신한울원전 1·2호기의 설계수명은 60년, 나머지 원전의 설계수명은 40년이다.

앞서 월성원전 1호기와 고리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된 뒤 수명이 10년 더 연장된 바 있다. 하지만 설계수명이 40년인 원전의 수명이 연장된 적은 아직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