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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CATL 쩡위췬 (2) 배터리 들고 귀향 선택하다

노녕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 2022-01-1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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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CATL 쩡위췬
[1] 승부사, 배터리제국 세우다
[2] 첫 창업 이후 귀향하다
[3] 고향 닝더를 배터리도시로
[4] 비야디 왕촨푸와 맞대결

2021년 12월 쩡위췬이 닝더에 세운 CATL의 신규 배터리셀 생산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CATL은 최대 100억 위안(1조8700억 원)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데 2023년 2단계 공사까지 완료되면 연간 12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CATL 쩡위췬 (2) 배터리 들고 귀향 선택하다
▲ ATL 로고.

CATL 신규 배터리셀 공장은 단일 프로젝트로 세계 최대 규모다.

완공 후 생산량은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전체 배터리셀 제조업체 생산능력 128.3GWh와 비슷한 규모이며 2021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배터리업계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위치한 공장 전체에서 2025년 16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에서 생산목표는 100GWh, 중국에서 생산목표는 110GWh로 잡았다.

이와 비교하면 CATL 닝더 공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사실상 쩡위췬의 고향인 글로벌 배터리산업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그러나 쩡위췬이 처음부터 닝더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쩡위췬의 두번째 직장과 첫 사업 터전은 모두 광둥성 관둥에 있었다. 여기에 여러 인연이 덧씌워지면서 그가 닝더로 돌아오게 된다.

◆ 첫 창업 후 애플 파트너로 성장

쩡위췬은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첫 직장을 그만 둔 뒤 광둥성 둥관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이때 광둥성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의 중심지로 많은 젊은이들이 기회를 잡으려 모이던 이른바 ‘기회의 땅’이었다.

쩡위췬은 둥관에 위치한 한 외자기업 신커츠공장의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그리고 여기서 쩡위췬을 배터리의 길로 이끈 '귀인' 천탕화를 만났다. 

천탕화는 신커츠공장의 임원진이자 쩡위췬의 직속 상사였다. 천탕화는 미국 국적을 지닌 화교로 대만대학 화학과를 졸업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 10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쩡위췬은 이미 평범한 엔지니어에서 고급기술관리원까지 승진했다.

쩡위췬은 천탕화의 제안으로 해외연수를 가게 됐고 1999년 돌아왔다. 1999년은 쩡위췬의 인생 여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31세 쩡위췬은 귀국한 뒤 신커츠공장의 최초 대륙 국적 상무가 됐다. 그러자 신커츠공장의 최고경영자(CEO) 량사오캉(梁少康)이 쩡위췬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량사오캉은 쩡위췬에 새로운 배터리부문 프로젝트를 맡기고자 했다.

이 시점이 너무나 절묘했다. 쩡위췬은 마침 선전에 위치한 한 회사에서 사장자리를 제안 받아 이직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량사오캉은 천탕화에게 쩡위췬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고 몇 번의 실랑이 뒤 쩡위췬의 마음도 움직였다. 

결국 쩡위췬의 지인과 량사오캉, 천탕화 등 16명이 뜻을 합쳐 휴대폰 배터리업체 신에너지테크유한공사(ATL)를 홍콩에 세웠다. 광둥성 둥관에 ATL의 첫 번째 공장도 세웠다.

ATL의 설립자들은 휴대폰 배터리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봤다. 휴대폰 제조업체에 안전한 리튬배터리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 확신했다.

쩡위췬은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배터리에 관해서는 아는게 없었다. 그는 배터리 지식을 넓히기 위해 2001년 화난이공대학 전자정보엔지니어 석사과정을 공부했고 5년 뒤엔 중국과학원물리연구소에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사업 초기 ATL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연구개발 기관으로 알려진 벨 연구소에서 복합물리튬배터리 기술 특허를 사들였다. 이 기술은 알 수 없는 결함 때문에 상업화 전 단계에서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쩡위췬과 연구원들은 기어코 결함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아 내는 데 성공했다. 결함을 해결한 곳은 당시 특허를 사간 20개 넘는 기업 가운데 ATL이 유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TL은 이 기술의 상업화를 이끌어 낸 뒤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애플의 협력업체로 선정돼 아이팟 배터리 등을 애플에 공급했다.

◆ 두 번째 창업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다

2004년은 쩡위췬의 두 번째 중요한 전환점이다. 비슷한 시기 테슬라는 막 세워졌고 BYD가 전기차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내며 친환경차와 배터리시장의 싹이 텄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쩡위췬과 그의 팀이 닝더시 현지 공무원의 눈에 띄었다. 바로 닝더 쟈오청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중쟈야오(钟家尧)이다. 쩡위췬의 고향 사람이자 가장 먼저 쩡위췬을 고향으로 다시 불러들이려고 애를 쓴 인물이다.

중쟈야오는 닝더시 현지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닝더 사람이 외지에서 큰 공장을 세워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정치협상회의의 한 회원이 전해줬다”고 회상했다. 쩡위췬이라는 젊은이가 한 무더기의 닝더 사람을 모아 둥관에서 배터리 장사를 하고 있는데 회원의 아들도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산업 전망이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쟈오청구는 닝더시 관할 시청이 있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경제 덩치는 크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유치로 경제를 키우는 것이 숙제였다. 마침 중쟈야오는 그저 쩡위췬의 동향인은 아니었다. 중쟈야오는 쩡위췬이 태어난 지역 소도시에서 지역장까지 맡아 쩡위췬의 부친과도 안면이 있었다. 

2004년 12월 중쟈야오는 쩡위췬을 찾아가기로 한다. 사실 쩡위췬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ATL은 기술을 다루는 기업인 만큼 외국 국적의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닝더는 집집마다 TV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쩡위췬은 이 외국 전문가들이 닝더에서 사업을 펼치는 데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게다가 ATL은 이미 수 천 명의 임직원을 둔 중형기업으로 성장했고 많은 직원들은 둥관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경영환경도 그렇고 여러가지 상황이 둥관이 닝더보다 훨씬 나은 것은 분명했다.

중쟈야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쩡위췬은 고향에 돌아가 장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서 그의 승부사 기질이 또 발동했다. 다방면으로 검토한 결과 닝더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를 세우는 수를 두기로 했다. 2011년 전기차 배터리를 전문 다루는 닝더신에너지테크유한공사(CATL)가 정식 가동됐다.

쩡위췬은 고향에 관한 애정이 큰 사람이었다. 고향을 위해 좋은 일도 하고 싶었으나 돈 몇 푼을 기부하는 것으로 때우기 싫었다. 한 산업을 크게 구축한다면 고향이 더 먹고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쩡위췬은 2005년에 일찌감치 홍콩의 영주권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삶의 많은 부분을 닝더에 뒀다.

쩡위췬의 한 친척은 “쩡위췬은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고 있을 때도 시간을 내 고향의 그 허름한 집으로 돌아와 부친과 시간을 보낸다”며 “한 번은 농사일이 많은 시기라 어른들이 일을 시키자 쩡위췬은 한동안 하지 않아 손에 익지 않을 거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일을 하러 나왔다”고 얘기했다.

그 친척은 “이 곳의 아스팔트길, 도로변의 배수관, 울타리는 모두 쩡위췬이 직접 자금을 보태 공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근처에 위치한 한 별장은 쩡위췬이 가족을 위해 세웠다고 설명했다. 아직 사람이 살고 있지 않지만 마을 사람들은 쩡위췬이 퇴직하면 돌아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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