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2022년 초 결정되는 유럽의 녹색분류체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원전이 제외됐지만 유럽이 다른 선택을 할 경우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전사업 자금조달 빨간불, 한수원 유럽 녹색분류체계에 희망 걸어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3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이 제외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 등이 원전 투자를 주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30일 원전엘 제외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규정한 것이다.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의 투자기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류체계 결정에 원전이 빠지게 되면서 한수원이 해외 원전사업 등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규모나 금리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발표를 앞두고 원전의 장점과 필요성을 강조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한수원은 이번 녹색분류체계 검토의견을 통해 “원전은 초저탄소 에너지원이고 환경보전에 유리하다”며 “원전은 탄소중립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완화해주는 현실적 대안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의 검토의견은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아 공개했다. 

다만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고정된 것이 아닌 만큼 한수원은 2022년 1월에 발표되는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될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두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원전을 늘리는 계획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 동향과 국내여건을 고려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것이다.

기후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이번 달 22일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회원국 사이 의견이 나뉘면서 발표를 내년 1월 초로 미뤘다.

프랑스와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은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을 찬성하고 있다. 반면 독일,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원전 포함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차세대원전을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보고 청정에너지기준에 원전포함 여부를 고려하는 등 원전을 기후변화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국제적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유럽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러시아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했고 중국, 일본, 인도 등이 원전을 탄소중립에 유리한 기술로 분류한 가운데 유럽연합까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다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재검토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또 내년 3월 열리는 대통령선거를 통해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원전 포함 여부가 재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2월 한 토론회에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재개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 볼 수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탈원전'이 아니라 '감원전'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1월 열린 한 포럼에서 “산업적 전환에 대비하면서 저탄소를 지향하기 위해 현재로서는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