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 내정자가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성공적으로 취항해야 하는 짐을 짊어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 자유화지역인 싱가포르에 에어프레미아가 부정기로 취항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에어프레미아는 하이브리드 항공사, 유명섭 싱가포르 취항이 첫 시험대

▲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 내정자.


1일 에어프레미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항공 전문가로 꼽히는 유 내정자는 12월부터 에어프레미아가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성공적으로 취항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첫 국제노선인 인천~싱가포르 노선 취항에 차질을 빚는다면 이를 시작으로 국제선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에어프레미아의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내정자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 26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에서 6년 등 32년을 항공업계에 몸담은 항공 전문가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싱가포르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북아메리카 대륙에도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스스로 정체성을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라며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어 국제선 취항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FSC) 수준의 프리미엄서비스를 제공하되 불필요한 거품 등을 과감히 빼는 방식으로 요금은 저비용항공사처럼 합리적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거리를 주로 운항하는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대형항공사처럼 중장거리 노선을 주로 운항하겠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에어프레미아는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보잉 787-9’을 확보했다.

보잉 787-9는 길이 62.8m, 높이 17m, 너비 60.1m인 중장거리 비행기로 운항거리가 1만5500㎞를 넘는다.

항공기 좌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56석, 이코노미 253석 등 모두 309석이다. 이코노미 좌석 사이 거리는 35인치로 세계 항공사 가운데 가장 넓어 장시간 비행에도 승객들이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에어프레미아는 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싱가포르 노선을 첫 번째 국제노선으로 정한 것은 중장기적 수익성과 최근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항공 자유화지역으로 운수권을 따로 확보하지 않아도 국토부로부터 운항 승인만 받으면 운항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한국과 싱가포르가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면서 싱가포르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래블버블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이 우수한 나라들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이다. 

싱가포르는 중거리 노선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항공수요가 많아 황금노선으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아시아 최대 허브공항으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슬롯이 넉넉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에어프레미아가 정기편이 아닌 부정기편으로 국토부에 운항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아직 보잉 787-9를 1대밖에 확보하지 못한 점도 부정기편으로 운항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에어프레미아는 같은 기종으로 2호기와 3호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올해 6월까지 2호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1호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2·3호기의 도입도 지연됐다. 

에어프레미아는 8월11일부터는 김포~제주 노선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띄웠으며 10월30일자로 해당 노선의 운항을 마쳤다. 

현재 운항하는 항공편은 없으며 12월 싱가포르 취항을 목표로 국제선 운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2019년 3월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고 올해 7월1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발급받았다. 

유 대표이사 내정자는 1964년 태어나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항공대 항공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90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대항항공에서 독일 및 동유럽 지점장, 영업기획팀장을 거쳐 한국지역 마케팅 임원을 역임했고 2016년에는 제주항공으로 옮겨 영업본부장, 커머셜본부장 등을 지냈다. 

유 내정자는 심주엽 에어프리미아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대표이사로 에어프레미아를 이끌게 된다. 

심주엽 대표이사는 투자와 재무를 맡고 항공 전문가인 유 내정자가 항공운항 및 영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항공자유화지역인 만큼 항공 수요만 있다면 에어프레미아가 취항하는 것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항공 수요가 어느정도 회복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