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시장에서 한때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사업을 정리하며 헬스케어와 기업용 솔루션 등 신사업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내고 있다.

스마트폰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큰 실패를 겪은 뒤 신사업에서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 '뒤늦은 변신'의 대가 혹독  
▲ 램지 하이다무스 노키아테크놀로지 회장(왼쪽)와 존 첸 블랙베리 CEO.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9일 "노키아가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서 제2의 기회를 찾고 있다"며 "휴대폰사업을 중단한 뒤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세계 헬스케어시장이 이른 시일 안에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키아가 사업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램지 하이다무스 노키아테크놀로지 회장은 최근 경제전문지 포천과 인터뷰에서 헬스케어 솔루션 이외에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가상현실 분야에도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현실은 엔터테인먼트산업과 문화계 전반을 뒤흔들 만한 거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며 "빠른 성장을 위해 페이스북이나 삼성전자 등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키아의 브랜드가 세계시장에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점을 활용해 향후 신사업 분야에서 확실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2008년까지만 해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자체 운영체제를 고집하는 등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전략으로 끝없이 추락했다.

노키아는 2013년 MS에 휴대폰사업부문을 매각한 뒤 CEO를 교체하는 등 공격적 체질개선에 나섰다. 이번에 내놓은 사업계획은 사실상 스마트폰의 실패 이후 내놓은 본격적인 첫 사업진출인 셈이다.

노키아는 사물인터넷 분야에 모두 4300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인 성장 추진전략을 내놓았다.

블랙베리 역시 노키아와 같이 과거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자체 운영체제를 고집하는 전략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블랙베리는 지난해 말 뒤늦게 처음으로 자체 운영체제가 아닌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프리브'를 출시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흥행에 실패하며 실적부진이 예상되고 있어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사업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증권사 TD시큐리티는 "블랙베리는 이제 하드웨어 생산을 그만두고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프리브의 부진으로 향후 스마트폰사업 전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블랙베리는 보안기술력을 앞세워 기업용 솔루션분야에서 시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TD시큐리티는 "블랙베리는 하드웨어사업을 그만둔다면 연구개발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체질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 '뒤늦은 변신'의 대가 혹독  
▲ 블랙베리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프리브'.
휴대폰사업에서 한때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기업들이 점차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둔화로 스마트폰사업에서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데다 중국업체들의 성장으로 세계시장에서 점유율마저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에 몰려있다.

향후 세계 스마트폰시장이 애플과 중국업체의 양강체제로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노키아와 블랙베리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 위해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와 블랙베리는 신사업 진출의 중요성을 늦게 깨달은 나머지 오랜 기간 큰 실적부진을 겪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이전에 신사업 준비를 서두르며 선제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