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와이파이 모듈사업의 매각을 다시 추진할까?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선택과 집중’ 경영 기조로 삼성전기의 사업구조 개편을 이어가고 있다. 와이파이 모듈사업은 비주력사업인 만큼 경 사장의 정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5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매각에 한 차례 실패한 와이파이 모듈사업의 방향성을 놓고 아직 구체적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당분간은 와이파이 모듈사업을 그대로 진행한다”면서도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1월 삼성전기는 무선통신솔루션회사 켐트로닉스의 자회사 위츠와 와이파이 모듈사업을 1055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5월 계약이 취소됐다.
전자업계에서는 조만간 삼성전기가 와이파이 모듈사업의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경계현 사장이 와이파이 모듈사업을 지속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와이파이 모듈시장에서 일본 무라타에 이은 2위 회사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와이파이 모듈은 경쟁사들의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돼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사업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기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 8조2087억 원, 순이익 6238억 원을 거뒀다. 순이익률은 7.6%였다.
그런데 와이파이 모듈사업에서는 매출 2885억 원, 순이익 84억 원을 냈다. 사업 규모도 작은 데다 순이익률은 2.9%로 낮았다.
와이파이모듈사업에서 거둔 순이익 84원은 전체 순이익 6238억 원의 1.3%에 불과하다. 비주력사업인 만큼 경 사장이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에는 경 사장 취임 이전부터 비주력사업에서 손을 떼고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의 경영 기조가 있었다.
삼성전기는 경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인 2019년 모바일 무선충전 모듈사업과 근거리 무선통신(NFC) 모듈사업을 켐트로닉스에 매각했고 반도체 패키징(PLP)사업을 삼성전자에 양도했다. 스마트폰용 다층기판(HDI)사업은 정리했다.
경 사장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경 사장은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올라 컴포넌트사업부에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모듈사업부에서 카메라모듈, 기판사업부에서 반도체 및 5G(5세대 이동통신)기판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사업 정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경연성 인쇄회로기판 생산량을 계속 줄여가고 있으며 올해 안에 사업을 완전히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파이 모듈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혀 매각이 추진됐던 것이다.
삼성전기의 와이파이 모듈사업은 앞으로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와이파이 모듈 구매량을 점차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내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스마트폰에 와이파이 모듈을 탑재하지 않고 와이파이기능이 보드에 적용된 칩온보드(COB)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전기 와이파이 모듈사업은 수익성과 매출 전망이 모두 좋지 않다. 경 사장에게 이 사업은 잠재적 구조조정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 차례 와이파이 모듈사업 매각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원매자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와이파이모듈은 전자기기 보급이 줄어들지 않는 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최근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하며 시장 성장 기대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기도 하다.
시장 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와이파이 모듈시장은 2020년 94억 달러(10조6천억 억 원가량)에서 연 평균 17.8%씩 성장해 2026년 252억 달러(28조5천억 원가량)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와이파이 모듈시장에서는 와이파이5가 주류 기술이다. 앞으로 차세대 기술인 와이파이6가 적용된 모듈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2019년 와이파이6 표준모듈의 기술을 개발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해뒀다.
삼성전기에게 와이파이 모듈사업은 비중이 낮지만 삼성전자 납품 여부와 상관없이 와이파이 모듈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다른 통신솔루션회사들에게는 매력 있는 매물로 여겨질 요인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와이파이 모듈사업에서 나름의 강점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최대 고객사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분명 리스크 요인이다”며 “삼성전기는 가격 눈높이를 낮춰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