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부당해고 문제와 관련한 2심 재판이 곧 열린다. 노조간부 해고를 놓고 고용노동부와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잇달아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는데도 포스코가 불복하며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취임부터 경영이념 ‘기업시민’을 내걸고 기업 안팎과 소통을 강조했는데 노조와 불협화음이 장기화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노조간부 부당해고 판결도 불복, 최정우 기업시민에 노조 없나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13일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포스코가 고용노동부 아래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의 2심 첫 재판이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년 11월에 포스코가 포스코지회 간부 3명을 해고한 것을 놓고 부당해고라고 판단했고 이에 불복해 포스코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도 2020년 11월 포스코의 해고가 지나치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포스코가 부당해고 요지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와 관련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 부당해고 관련 재판은 2018년 9월 추석 연휴기간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포스코지회 간부들은 포스코 노무담당 직원들이 포항 남구 지곡동에 있는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 노조 관련 문건 작성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아갔다.

포스코지회 간부들이 작성 중인 자료와 내용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노무담당 직원들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에 포스코는 폭행 및 절도, 무단침입 등의 사유를 들어 포스코지회 노조 간부 3명을 해고하고 2명을 정직했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2심도 빠르게 소송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2심에서도 법원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손을 들어준다면 회사는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노조는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해고된 간부의 복직을 회사에 촉구했지만 포스코가 들어주지 않고 항소한 점을 꼽았다.

대법원까지 재판이 장기화한다면 최 회장이 포스코 취임 이후 내걸었던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의 정신이 무색해질 것이라고 포스코지회는 바라봤다.

기업시민은 일반시민들처럼 기업에게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권리와 책임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다른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사회적 책임을 앞세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 회장은 기업시민과 함께 슬로건으로 ‘모두 함께, 차별없이, 최고의 성과를 만든다’를 내놨는데 부당해고라는 행정기관과 1심의 판단이 나왔는데도 재판을 장기화하는 것은 이런 슬로건과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통해 포스코에서 강화되는 주주친화정책이나 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 등을 놓고서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환경과 안전, 노동 문제 등에서는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에 걸맞지 않거나 소극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 포스코의 두 번째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관련해서는 '모두 함께'라는 기업시민 경영 슬로건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간부 해고 뿐 아니라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도 높아 포스코지회에서는 회사가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포스코지회가 제공한 포스코의 인사위원회 징계사건 내용을 살펴보면 노조가 설립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부당해고' 사건을 포함해 노조간부직을 맡았던 24명이 경고부터 감봉, 해고까지 중징계를 받았다.

감봉을 받았던 사건을 보면 피켓에 최정우 회장을 비판하는 문구를 적었다는 내용이나 조퇴 이후 선전전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징계사유로 꼽혔다.

포스코에서 가장 최근에 포스코케미칼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인사위원회에서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감봉 6개월, 라임화성본부장과 라임화성실장은 각각 직책 해임, 설비기술실장 및 경영지원실장은 각각 감봉 3개월,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은 것에 비춰보면 노조 간부들을 향한 처분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도 판결에서 "품위유지 의무 위반 정도의 사례와 관련해 기존에도 포스코가 해고 수준의 징계를 내린 적은 없었다”며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노조 설립 이후 최 회장이 양대 노총을 만나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민주노총 소속인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최 회장과 면담 요청공문을 회사에 50여건 보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기 위해 포스코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포스코는 이번 부당해고 재판과 관련해 2020년 사업보고서에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