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라보면서 속내가 복잡하게 됐다.

4·7재보궐선거를 계기로 2022년 대통령선거도 싸워볼 만해졌는데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셈법이 간단치 않아졌다.
 
재보선 승기 잡은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을 보는 속내 복잡해져

윤석열 전 검찰총장.


5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궐 선거 이후 곧바로 윤 전 총장이라는 '난제 풀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논의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재보선이 끝나면 바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번을 마지막 도전으로 보고 배수진을 쳤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놓고 “아주 강력한 대선후보”라면서도 “국민의힘과 당장 같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바라봤다.

재보선이 끝나면 윤 전 총장이 정계입문을 본격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국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도 일단 결과를 먼저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게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처음부터 복잡할 수밖에 없다. 야권의 대선 경쟁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그의 등장이 반가운 측면도 있지만 당 밖에 머물며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아 불안한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모두 승리하면 수권정당의 위상을 어느 정도 확인하게 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을 모셔 오면서까지 당의 대선후보로 만들어 주는 것은 대단히 마뜩찮은 일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재보선에서 '잘 차려 놓은 밥상'을 당 밖의 야인인 윤 전 총장에게 그대로 바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 전 총장을 제3지대에 머물게 하는 것도 국민의힘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야권 단일후보를 놓고 겨루는 상황이 되면 국민의힘이 필패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정치경륜이 높은 원로그룹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윤 전 총장의 대중적 인기에 유능한 '킹메이커'까지 붙는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전 총장을 상대하기 버겁다. 국민의힘에는 윤 전 총장과 대선 지지도를 겨룰만한 대항마조차도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만약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지게 된다면 야권 대선 경쟁구도의 무게중심이 확실히 윤 전 총장 쪽으로 기울게 되겠지만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은 까닭에 팽팽한 균형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 쪽으로 힘이 쏠릴 때와 비교하면 어느 한 쪽도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형국이 되는 셈이다.

재보선 결과와 별도로 윤 전 총장의 중도 낙마 가능성은 국민의힘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대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윤 전 총장이 대선무대에서 갑자기 사라진다면 국민의힘도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갑자기 낙마한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과거 사례를 떠올리면 윤 전 총장의 중도 낙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윤 전 총장은 아직 정치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검증을 거친 적이 없어 혹독한 검증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대통령후보로서 이른바 시대정신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는 것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다. 경제와 외교안보 관련 입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벌써부터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는 그가 대표로 있던 부동산개발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를 통해 2006년 경기도 양평읍 공흥리 일대 임야 1만6550㎡와 농지 5필지(2965㎡)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영농법인이 아닌 부동산개발회사가 농지를 살 수 없기 때문에 최씨의 농지 구입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 측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윤 전 총장이 결혼하기 이전의 일로 윤 전 총장은 아파트 시행사업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손 변호사는 농지 거래에 관해서도 “법을 지켜 정상적 개발사업을 했을 뿐 투기를 한 게 아니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장모가 한 일을 윤 전 총장과 부당하게 결부시켜 보도하는 것은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