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은 22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3년을 이렇게 뒤돌아봤다.
한국게임학회 회장과 게임문화포럼 위원장, 게임위원장을 맡으며 게임 산업의 발전에 앞장서왔다. 취임 3년째를 맞아 이 위원장에게 게임물관리위원장으로 이룬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게임물관리위원장을 맡으시면서 가장 잘했던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2018년 위원장으로 취임하고 가장 잘 한 일은 우선 내부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팀장 중심이었던 위원회를 부장이라는 허리를 넣어 힘을 실었다.
게임산업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건강한 게임문화와 산업을 만들어가는 게임 전문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설정했다. 공공기관으로서 신뢰받고 끊임없이 혁신하며 책임감을 지니고 다양한 관계자와 소통하는 기관을 목표로 기존 8팀제에서 4부·소 9팀제로 부장 중심의 조직으로 재정비했다.
또 게임법 개정에 따른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안정화되도록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업무를 개선하고, 자체등급분류게임물 모니터링단을 확대해 원스톱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했다.
이 사업에 경력단절여성, 청년, 장애인 등 사회형평적 채용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경력단절여성(경단녀) 모니터링단을 기존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부산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3년 동안 업무협의를 통해 청년·장애인 위주 모니터링단 30명을 직접고용 형태로 구성했다.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충 및 장애인의 직업재활·취업지원 활동을 통해 2년 연속 부산광역시장 표창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사장 표창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일부 게임사의 무분별한 게임불법광고를 근절하여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청소년에 대한 게임불법광고의 무분별한 노출을 차단하고자 지난해부터 위원회는 불법 광고 자동화 검색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 게임물관리위원장을 맡으시면서 가장 아쉬웠던 일은?
"지난해 ‘스팀(온라인 게임물 해외유통사업자)’에서 유통되는 게임물이 국내에서 이용이 불가능질 수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되고 또한 유사한 내용으로 언론보도를 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점을 바로 잡았다.
위원회는 스팀을 운영하는 벨브와 논의한 끝에 국내 법제도의 틀에서 국내 이용자에게 게임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외 게임사가 직접 국내 등급분류를 신청할 수 있도록 2020년 5월에는 영문 등급분류 신청서비스도 시작했다."
- 현재 상정된 게임법 전부개정안 이슈가 뜨겁다. 등급분류 절차 간소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게임위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제정된 지 15년이 지난 게임법은 현재 게임시장의 내·외부 환경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에서 게임법 전부개정안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위원회는 전부개정안의 취지에 맞춰 정보화 전략 계획,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간소화시 도출될 수 있는 사후관리 상의 문제점 해소 방안 등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게임산업 진흥과 게임 이용자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위해 균형있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게임법 전면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
- 확률형 아이템 규제방안과 관련해 게임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게임법 개정안이 의결된다면 그것에 발맞춰 어떤 일을 하려 하는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확률 미공개 게임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민간자율규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회사의 핵심 수익모델이긴 하지만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획득 확률도 낮아 비판을 받고 있다.
게임사의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게임 이용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공개는 필수적이다. 위원회는 확률 정보 공개 등이 포함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해 주무부처와 함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하여 균형 있는 시각에서 합리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해 나가겠다."
- 2020년 국정감사에서 게임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문제는 해결 되었는지, 혹은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
"매년 증가하는 게임 및 불법행위들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또한 모니터링 인력들의 고용안정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그 전문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 주무부처 및 관계부처와 협의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게임통합모니터링센터 구축사업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단기사업으로 예산은 승인·교부되고 있으나 정원은 승인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앞으로도 지속사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큰 사업임에도 예산만 승인될 뿐 정규직화(무기직)를 위한 정원은 승인을 받지 못해 1년 단위 단기계약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원회 핵심 사후관리 업무수행의 연속성과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고 노하우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재 기관 정원외 인력으로 정규직화가 불가한 상황이다.
해마다 연도 말에 전원 근로관계가 단절되고 또한 새롭게 신규채용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기재부)와 인력증원 협의 때에도 이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무기직 정원 30명을 요청하였으나 아직 단 1명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
위원회는 국회의 지적 등에 따라 이들이 정규직화할 수 있도록 올해 정기증원 심사 때에도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정부 당국과 협의하겠다.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2019년, 2020년 교육성과표. <게임물관리위원회>
"국민이 게임을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인식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아동, 청소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게임 이용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게임물 관련 사업자와 지자체의 게임물 인허가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으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방식을 신속히 도입해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대상 법정의무교육, 게임 이용자 교육 실시 등 공백 없이 교육업무를 추진했다. 또한 교육의 질적 강화를 위해 ’게임이용전문지도 교육연구회‘를 운영하여 이용자 교육 교보재 및 지도방법 등을 연구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진로체험 관련 교육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 주관 '교육기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 위원회는 한국판 뉴딜사업 발굴 요구에 맞춰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게임물 관련사업자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을 위한 맞춤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시스템 도입 및 맞춤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게임물 관련사업자들의 교육 편의성과 효과성을 도모하고 아울러 교육 수혜자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대한민국 게임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진정한 게임 강국은 새로운 지식재산권(IP)에서 나온다고 본다.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MMORPG에 매몰된 지식재산과 장르의 다양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글로벌 게임사가 되기 위해선 대기업의 성공사례를 따라하기보다는 반드시 독창적 색깔과 스토리, 세계관을 담은 자신만의 개발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소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데 스토리가 있는 게임은 감동을 주는 장치로써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여 이용자들은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는다.
5G, 인공지능, VR/AR,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이 융·복합된 4차산업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이 세계적 게임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삼성, LG처럼 세계적 IT기업의 TV와 결합된 하이엔드 콘솔기 생산 등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이 이뤄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5월 게임위 산하 정책연구소를 발족하시는데 상당히 공을 들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정책연구소의 성과, 정책연구소와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은.
"위원회는 게임 환경 변화에 대응한 조사와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민관 협동을 기반으로 게임정책을 개발하기 위하여 정책연구소를 2020년 4월에 발족했다.
정책연구소는 중장기적 정책 결정을 위해서 게임 이용자 등 국민을 대상으로 기초조사 연구를 계획했고 지난해 건국대학교와 함께 초기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게임물통합정책자문단 등 내·외부 협의체를 운영하여 게임 관련 현안과 정책을 논의하고 향후 국제등급분류연합(IARC) 등 해외 기관도 초청하여 '국제게임정책 포럼'도 개최하기로 했다. 기존 위원회 연감과 더불어 반기별로 게임정책 현안 등을 조사하여 '이슈 리포트'도 발간하여 배포할 계획도 세웠다.
위원회는 연구소를 시작으로 교육포털을 구축하겠다. 게임산업법 개정에 따른 사후관리 센터 및 등급분류 체크리스트 구축 등 국가 성장 동력원인 게임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등에 더욱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게임물관리위원장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게임산업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위원회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 그 중심에는 정책연구소가 있다고 보고 지속적 게임정책 관련 심층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동남아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를 발판으로 국제 저널에 우리의 이름을 걸고 연구자료를 발표하고 싶다.
게임 생태 관리기관으로서 위원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후관리영역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전담하는 게임물 사후관리센터 구축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현재 개정 중인 게임법 시행 이후에는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위원회는 올바른 게임 이용문화 조성을 위해 부산을 비롯한 전국 교육기관 및 산학기관과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있고 남은 임기동안 이런 협의체 구성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 게임물관리위원회가 2021년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관련 교육사업. <게임물관리위원회>
- 게임물관리위원장 임기를 마친 다음 계획은.
"게임 관련 전문기관으로서의 전문성, 대·내외의 신뢰와 소통,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바쁘게 보내다 보니 7월이면 어느새 3년의 임기가 끝나게 된다.
주어진 임무를 다하고 나서는 아무래도 원래 제가 머물렀던 학계로 돌아가 게임산업의 인재육성에 힘쓰지 않을까 싶다. 오랜 세월 게임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였기에 게임산업을 걱정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과감한 진흥정책을 펼쳐야한다'는 진언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대한민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위원장으로 3년 동안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산-학-연 모두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앞으로 과제는?
"국내 유통 게임물은 매년 증가 추세로 특히 2020년에는 98만 건에 육박하는 게임물이 등급분류를 받아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게임물에 대한 사후관리를 전담으로 할 수 있는 사후관리센터 구축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자체등급분류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관리의 일환으로 기존 불법 광고 자동화 검색 프로그램과 함께 4대 불법(환전, 핵 프로그램, 사설서버, 대리게임)에 대한 자동탐지 및 정보수집을 위한 모니터링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바탕으로 사각지대 없는 모니터링 관리·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해외 게임물 등급분류서비스 확대 운영에 따라 위원회는 글로벌 게임사의 국내법 준수 제고를 위한 정책 소통간담회 개최 및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을 활용한 해외 등급분류기관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 공동 소설집 '놋쇠그릇 속 머리칼 두어 올' 출간을 축하드린다.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이 있나.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였던 제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게임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던 선생이자 정책에 대한 조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게임학회장 그리고 지금은 기관의 수장으로서 반평생을 지내다 보니 소설을 쓸 기회가 많지 않았다.
위원회에서 제 소임을 다한 후엔 좋은 소설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싶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다음에는 학자, 기관장이 아닌 소설가 이재홍으로 여러분에게 인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18년 7월30일 게임물관리위원장을 역임해 2021년 7월29일 임기를 마친다.
2014년부터 숭실대학교 인문대학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조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게임학회 7대·8대 회장직을 역임하며 학계와 연구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게임물관리위원장을 맡으며 게임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행심 유발 또는 조장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