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도 노사 임금협상을 추석 전에 타결할까?

현 노조 집행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품질을 강조하는 등 노사상생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기본급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 임금보다 고용 기조, 하언태 임금협상 추석 전 타결하나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3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21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2020년 임금협상 요구안을 마련한다.

현대차 노사는 해를 엇갈려 임금협상과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상)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임금협상만 한다.

현대차 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요구안을 제시하는데 사측의 검토기간 등을 고려하면 노사 상견례는 여름휴가 이후인 8월10일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이 임금 인상보다는 일감 확대와 고용 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강성으로 여겨졌는데 올해 초 출범한 새 지도부는 조합원 권익 확대와 함께 노사상생을 강조하며 품질 측면에서 사측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일감을 늘리고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노조는 9일 펴낸 소식지에서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의 정세는 나만 살고 보자는 집단적 이기주의로는 결코 돌파할 수 없다”며 “올해 투쟁의 핵심은 조합원의 생존권 보장으로 사회적 명분을 들고 지능적으로 접근해야만 논리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6월 2020년 임금협상 요구안 마련을 위한 임원 수련회를 마친 뒤에도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올해 임금협상은 백화점식 요구안을 마련하기보다 핵심 요구를 최소화해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자동차시장과 현대차 경영상황이 안 좋은 만큼 노사가 일자리 유지와 기본급 동결을 맞바꾸는 방향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노조가 독일 금속노조의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 노조는 4월 소식지에서 코로나19 사태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일 금속노조의 임금동결 사례를 소개하며 “독일식 모델을 해법 삼아 노사정은 일자리 지키기에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는 3월 위기협약을 체결했는데 협약은 노조의 임금동결, 사용자의 고용보장, 정부의 임금보전 등이 핵심이다.

현대차 노조가 독일 금속노조 사례를 예로 든 만큼 고용유지를 전제로 임금 인상에서 한 발 양보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2020년 임금인상률을 6.5%로 결정했지만 현대차 노조가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 노조가 합리적 수준에서 요구안을 마련한다면 올해도 임금협상이 추석 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하 사장은 3년 연속 노사협상을 추석 전에 마무리하는 성과를 내게 된다.
 
현대차 노조 임금보다 고용 기조, 하언태 임금협상 추석 전 타결하나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이 6월24일 서울남부서비스센터에서 열린 고용안정위원회 품질세미나에서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


특히 하 사장은 지난해 8년 만에 노조의 파업 없이 임단협을 종결했는데 올해 임금협상 역시 순탄하게 마무리한다면 노사협상 전문가로서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하 사장은 1986년 현대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줄곧 생산분야에서 일했고 2018년 3월 현대차 대표이사에 올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등과 함께 현대차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의 국내생산을 총괄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노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 사장이 올해도 임급협상을 순탄히 마무리한다면 현대차는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도 큰 힘을 얻게 된다.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다른 완성차업체는 노조의 2020년 임단협 요구안이 확정됐지만 올해 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은 지난해 임단협도 노사 갈등으로 해를 넘겨 올해 4월 마무리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임금협상 일정이 예년보다 미뤄졌다”며 “2020년 임금협약 요구안은 아직 논의 중으로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