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5-10 06:3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독일 인피니언이 미국 사이프러스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에 힘을 싣고 있는데 인피니언의 사례를 계기로 인수합병에 나설지 주목된다.
▲ 인피니언(왼쪽)과 사이프러스 로고.
10일 시장 조사기관 보고서를 종합하면 인피니언은 최근 12조 원 규모의 사이프러스 인수를 마무리함으로써 글로벌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자동차용 반도체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이 집계한 2018년 기준 자동차용 반도체 점유율을 보면 인피니언은 9.9%를 차지하면서 네덜란드 NXP(10.8%)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사이프러스의 점유율 1.9%가 더해지면서 인피니언은 NXP를 뛰어넘고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다른 경쟁기업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됐다.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이처럼 점유율을 높이는 일은 쉽지 않다. 2018년 기준 자동차용 반도체 점유율 1위인 NXP와 5위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점유율 차이가 5%포인트 수준에 그칠 정도였다. 메모리반도체 쪽에서 삼성전자 등 일부 선도기업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무역보험공사가 2018년 9월 발간한 ‘자동차 부품산업 국내외 동향 및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용 반도체가 작동온도 0~40도 및 수명 1~3년 등 조건에서 사용되는 반면 자동차용 반도체는 150도에 이르는 온도를 버티면서 15년가량의 수명을 갖춰야 한다.
완성차기업들은 자동차용 반도체에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매기는 까닭에 한 번 선정한 반도체 공급사는 쉽게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의 순간적 오류는 탑승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피니언은 사이프러스를 인수함으로써 기업들의 까다로운 검증을 받지 않고도 추가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앞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서도 인피니언과 사이프러스의 시너지가 전망된다. 사이프러스는 낸드플래시 등 인피니언이 다루지 않는 반도체도 개발해 왔다.
인피니언은 4월17일 사이프러스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알리며 “사이프러스는 고성능 메모리와 같은 차별적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인피니언은 세계 고객에게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5G통신 인프라 등과 관련한 첨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도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를 본받아 다른 자동차용 반도체기업 인수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 및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 등을 출범하며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 진출했지만 아직 기존 기업과 비교해 존재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기관 TSR은 2017년 기준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점유율이 2% 수준에 머물렀다고 집계했다.
이처럼 자동차용 반도체사업 확대가 쉽지 않은 만큼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기존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사들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과 자산 등 109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IHS마킷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고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위험부담도 존재한다”며 “하지만 이미 시장에 자리잡은 기업을 인수하면 시간을 아끼면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IHS마킷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은 2017년 382억 달러 규모에서 2022년 55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2년 전체 반도체시장 규모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