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한도대출 지원으로 일단 숨통은 트였지만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갈길이 멀다.

예정됐던 대주주 변경에 따른 재무건전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재무적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책은행 출자 등 추가적 지원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자금난 숨통 트인 아시아나항공, 산업은행 영구채의 출자전환도 기대

▲ 아시아나항공 로고.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7천억 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제로 하는 지원책으로 여겨진다.

한도대출 역시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동성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지만 근본적 문제인 높은 부채비율은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뒤 대주주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부채비율을 300%대까지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이번 한도대출 형식의 지원방안이 썩 맘에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지원대책으로 꼽히는 영구채 출자전환 및 차입금 상환유예, 신용보강 등 추가 지원방안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출자전환을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지원방안은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이 버틸 자금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할 빚과 매달 고정비용으로 2천억~3천억 원을 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한도대출로 올해 말까지는 큰 유동성 위기를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인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고 자산유동화증권 신용등급도 최근 BBB+에서 BBB로 떨어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단이 막힌 만큼 이를 '일시적'으로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하는 명분이었던 기업결합심사도 각국에서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의 ‘당근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성의를 보인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더 이상 인수작업을 뒤로 미루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의 줄다리기는 계속 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그런 와중에 아시아나항공의 기초체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지원여력이 사실상 없고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아 실질적 주인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형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사실상 모든 항공업 영업이 중단됐으며 임원진 급여 반납과 직원 무급휴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추가로 자체적으로 꺼내들 카드도 마땅치 않다.

기대할 수 있는 건 이번 유동성 지원과 별개로 정부의 항공 등 기간산업 지원방안에 담길 구체적 추가 지원대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 정유, 해운, 자동차 등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일시적 자금지원이나 유동성 공급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기간산업에는 유동성 지원뿐 아니라 출자나 지급보증 등 가능한 지원방식을 총동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대신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게는 고용안정, 임직원 보수 및 주주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 의무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이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한도대출 지원에 이어 산업은행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이나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유예 등 추가 지원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등이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에 오를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고용안정과 주주배당 제한 등을 요구하는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면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정부가 기간산업 지원을 공식화한 만큼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데에는 매각자측과 인수자측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이 이번 한도대출 지원에 이어 추가적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