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을 능가하는 6억 화소 이미지센서에 도전하겠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이 21일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 말이다.
 
[오늘Who] 삼성전자 '사람 눈' 이미지센서 도전, 박용인 자동차 본다

▲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


박 부사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센서사업을 책임져 왔다. 최근에는 소니를 능가하는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최신 스마트폰에 달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제 박 부사장은 스마트폰 이외에 이미지센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크기를 줄이기 쉽지 않은 이미지센서 구조를 고려하면 ‘사람의 눈을 능가하는’ 제품은 자동차용 센서와 같은 신성장 분야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22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박 부사장이 목표로 잡은 6억 화소 이미지센서가 자동차용 제품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된다.

IT매체 WCCF테크는 “스마트폰에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더 큰 센서를 탑재하려면 제품이 훨씬 두꺼워져야 한다”며 “삼성이 자동차부문을 위한 최초의 6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출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바라봤다.

이런 의견은 픽셀피치(화소 사이 거리)에 따른 이미지센서 크기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이미지센서는 화소를 통해 빛을 받아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원리로 작동한다. 같은 면적의 이미지센서에서 해상도가 높은 화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픽셀피치를 좁혀 더 많은 화소를 탑재해야 한다. 하지만 한정된 면적에서 화소가 늘어나면 화소마다 빛을 받는 양이 적어져 화질이 나빠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박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센서사업팀은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픽셀피치를 0.7㎛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 이미지센서기업 소니가 0.8㎛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하면 기술에서 한 단계 앞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픽셀피치 0.7㎛ 단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목표로 하는 6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에 싣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픽셀피치 0.7㎛ 이미지센서는 대각선길이 1/2.65인치(0.38인치) 면적에 4370만 화소를 탑재했다. 면적 대 화소 비율을 단순히 계산하면 6억 화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각선길이 5인치 이상의 센서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폰에는 버거운 크기다.

박 부사장은 이런 센서 크기의 한계에 직면해 미래 고화소 이미지센서를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앞서 자동차용으로 먼저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고한 글에서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을 넘어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드론 등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응용처에서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라인업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낯선 분야가 아니다.

박 부사장 등 삼성전자 LSI사업부는 차량용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 및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를 앞세워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 수요가 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이미지센서시장은 2018년 131억 달러 규모였으나 2023년 244억 달러까지 성장하고 이 가운데 10% 이상을 자동차용 제품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 부사장은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는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으로 이미지센서 화소 수를 키우는 한편 제품 내구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분야는 스마트폰 등 일반 전자기기 쪽보다 사용환경이 거칠기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한 내구성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이 2019년 1월 펴낸 ‘센서산업 현황 및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센서는 1~3년 수명을 갖추고 온도 -10~50도에서 작동하면 사용될 수 있다. 반면 자동차용 센서는 수명 15년, 작동온도 -40~120도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은 삼성전자 등 비교적 늦게 차량용 반도체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TSR은 2017년 기준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 점유율이 2% 수준에 머물렀다고 집계했다.
 
[오늘Who] 삼성전자 '사람 눈' 이미지센서 도전, 박용인 자동차 본다

▲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0.7㎛ 픽셀피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슬림GH1'. <삼성전자>


다만 박 부사장이 삼성전자 센서사업팀을 지휘해 최근 소니 기술력을 넘어서는 이미지센서를 선보인 만큼 완성차기업들의 요구를 만족할 만한 고화소 센서를 내놔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부사장은 “삼성전자 엔지니어에게 기술적 한계란 좋은 동기 부여이자 넘어서야 할 숙명”이라며 보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부사장은 1964년 4월23일 태어났다. 연세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은 뒤 LG반도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반도체기업을 두루 거쳤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동부하이텍 대표를 지냈다.

2014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전무급으로 영입됐고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삼성전자 조직개편으로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이 신설되자 팀장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2030' 비전을 내세우며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육성정책을 펴는 가운데 센서사업팀장으로서 박 부사장의 역할과 무게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