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 주로 활용했던 극자외선(EUV) 공정을 D램에도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 공정의 장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D램시장에서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D램에도 극자외선 공정 올해 말 적용해 또 한 발 앞서간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부터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D램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건설한 극자외선 공정 전용 생산라인을 운영해 본격적으로 양산 체제를 갖춘다는 것이다.

극자외선 공정은 불화아르곤레이저 등 기존 광원 대신 극자외선을 활용해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말한다. 

이전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활용됐는데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D램에 극자외선 적용을 추진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극자외선을 도입한 것은 기존 공정만으로는 D램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기본 저장단위인 셀을 높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D램은 셀의 구조가 낸드플래시와 달라 적층이 쉽지 않다. 결국 회로를 더 미세하게 만드는 쪽에서 성능 향상의 길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이에 극자외선 공정이 새롭게 적용됐다. 극자외선 파장은 13.5nm로 불화아르곤레이저 파장(193nm)보다 훨씬 짧다. 더 세밀한 회로를 그림으로써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극자외선 공정은 단순히 반도체 성능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1세대 10나노급(1x) D램에 관해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극자외선 공정을 4세대 10나노급(1a) D램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4세대 10나노급 D램은 1세대 10나노급 D램보다 12인치 웨이퍼당 생산성이 2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을 수행하면서 극자외선 공정과 관련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DDR5 등 차세대 D램에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하는 일도 수월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성 공정을 바탕으로 파운드리업계 1인자인 대만 TSMC와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기업은 세계에서 유이하게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편 5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하면 회로를 새기는 공정(패터닝)의 정확도를 높이게 되어 성능과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높이고 제품 개발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극자외선 공정을 선점한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다른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은 빨라도 2021년이 돼야 극자외선 공정 기반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D램 1위를 수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4분기 매출 기준 D램시장 점유율 43.5%를 차지했다. 2위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도 14%포인트에 이르는 격차를 벌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