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 맞춤형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한다.
IT업계 최고 기업으로 손꼽히는 구글과 협력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 외연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
10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구글 기기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개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새 반도체는 삼성전자 단독으로 만들어지는 대신 구글 기술이 대거 도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IT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구글의 자체 이미지신호처리장치(ISP) ‘픽셀 비주얼 코어’ 및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다.
이미지신호 처리장치는 빛을 디지털신호로 바꾸는 이미지센서로부터 신호를 받아 실제 영상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고성능 이미지센서와 시너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각각 영국 ARM의 차세대 설계인 ‘코어텍스A78’, ‘말리MP20’을 적용해 기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대비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전해졌다.
새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를 달고 구글 하드웨어 전반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안정적 시스템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샘모바일은 “이 반도체는 구글 스마트폰 ‘픽셀’과 데이터센터용 서버 또는 크롬OS 기반 기기에 먼저 투입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크롬OS는 구글 웹브라우저 크롬을 활용한 운영체제로 전용 노트북 ‘크롬북’ 등에 탑재된다.
삼성전자의 ‘구글 맞춤형’ 반도체 사용처가 더 넓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어 모바일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데다 스마트스피커와 증강현실(AR)기기 등 다양한 미래 IT기기 개발에도 앞장서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은 엑시노스의 브랜드 신뢰성을 개선하는 계기도 될 수도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엑시노스가 퀄컴 ‘스냅드래곤’과 비교해 성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말라는 취지의 온라인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IT기업 구글이 엑시노스 반도체를 사용하게 되면 엑시노스에 관한 불신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의 수혜도 전망된다. 이번에 개발되는 반도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5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TSMC와 격차가 크다. 2020년 1분기 기준 두 기업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38%포인트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최신 공정인 5나노급에서 고객사를 확보한 점은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TSMC가 이미 애플과 화웨이 등 5나노급 공정 고객을 대거 보유한 만큼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새 고객을 유치하는 일이 절실하다.
삼성전자는 구글용 반도체 개발을 시작으로 다른 시스템반도체 고객사를 끌어들이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내부에 구글 등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를 전담 지원하기 위한 ‘커스텀 시스템온칩(SOC)’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