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이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선택함으로써
손태승 회장체제의 여지를 남기며 금융감독원과 정면충돌도 피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는 11일 그룹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권 대표를 다음 우리은행장 최종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분리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손태승 회장이 겸임하고 있던 우리은행장을 앞으로 권 대표가 맡게 되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권 대표 추천은 예상 밖의 결정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다음 우리은행장 경쟁에서 손 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이 앞서있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인사에 밝은 한 관계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직원들도 이사회 결정에 놀란 분위기”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장을 결정할 권한을 지닌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이 예상을 깨고 권 대표를 선임한 배경에 최근 금감원과 나빠진 관계를 풀어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금융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업무능력 못지 않게 인맥관리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을 만한 인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 등으로 우리금융그룹과 금감원의 불편해진 관계를 풀어줄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와 금감원의 관계는 점점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금감원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결정된 뒤에도 손 회장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우리은행 노조가 손 회장 연임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까지 손 회장체제를 사실상 지지한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우리금융지주가 금감원에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금감원이 뒤늦게 알려진 알려진 2018년 7월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의 고객 비밀번호 무단도용한 사건을 제재심의위에 올리기로 결정한 데도 일종의 '괘씸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김 부문장을 다음 우리은행장으로 추천하는 것은 과점주주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내 금융환경에서 금감원에 한 발도 양보하지 않은 채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가 권 대표를 다음 우리은행장으로 정한 것은 손 회장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금감원과 관계를 푸는 타협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금융위원회의 통보로 손 회장에게 내려진 중징계인 ‘문책경고’의 효력이 발생하더라도 우리금융지주가 손 회장의 행정소송을 지원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손 회장은 다음 지주사 회장 임기가 3월2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이후 시작되기 때문에 주주총회 이전에 징계가 통보되면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야만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