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노믹스, 코끼리 인도 어떻게 바꾸고 있나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신이 나를 이 땅에 있게 한 것은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궂은 일이 많겠지만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겠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인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곧바로 갠지스강을 찾았다. 그는 강둑에서 수천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디 총리가 18일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다. 그는 오는 26일 총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 바꿔보자’는 인도국민들의 열망을 업고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며 총리에 올랐다.

모디 총리가 이끈 인도 제1야당BJP가 지난해 치러진 인도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은 과반을 거뜬히 넘긴 282석이었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당(INC)이 거둔 44석의 5배가 넘는다. 인도국민들이 새로운 변화에 얼마나 목말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디 총리는 공언한 대로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내며 세계가 주목하는 지도자로 떠올랐다.

모디 총리는 변화를 갈망하는 인도국민들의 요구에 어떻게 화답했을까? 모디의 리더십은 인도사회를 얼마나 바꾸어 놓았을까?

◆ 총리 취임 1년, 모디는 인도를 어떻게 바꿨나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모디노믹스’는 친기업, 반부패, 탈관료주의로 요약된다.

최종목표는 단 하나, 인도경제의 성장이다. 해외투자를 유치해 제조업을 부활시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요소들은 당연히 척결대상이다. 그가 취임 직후부터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부패와 전쟁을 선포한 까닭이다.

모디 총리는 취임 4일 만에 10대 과제를 발표해 공무원 권한을 강화하고 행정의 투명성과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 4천억 달러에 이르는 ‘블랙머니’에 대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부정부패 척결을 이끌었다.

모디 총리는 또 태만한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로잡는 데도 솔선수범했다. 그가 취임한 뒤 인도 공무원들 사이에서 “퇴근시간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점심시간 뒤 늦도록 잔디밭에서 낮잠을 즐기는 공무원들도 사라졌다.

모디 총리는 ‘최소정부, 최대행정’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부처 통폐합도 과감히 추진했다. 전체 장관직 가운데 27개가 폐지됐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을 놔둔 채로 인도 경제개발을 추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연 9%대를 넘던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힌 석유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석유회사들에 가격책정 자율권을 부여했다.

이런 조치는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효과를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매물가지수는 지난해 초 7.52%를 나타냈으나 하락세로 접어들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77%까지 떨어졌다.

  모디노믹스, 코끼리 인도 어떻게 바꾸고 있나  
▲ 모디 총리(왼쪽)가 지난해 9월 고향 구자라트 주에서 인도를 방한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뉴시스>

◆ '모디식' 가난 구제, 화장실 설치 비용도 지원


모디 총리는 인프라 확충계획도 대대적으로 내놓았다.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극빈층을 구제하지 않고 경제성장을 이뤄내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극빈층에게 식량과 물, 전기, 주택 등을 공급하자면 사회기반시설이 필요하다.

모디 정부는 약 4천억 루피(약 7조 원)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또 중국과 델리~첸나이 고속철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는데 사업비가 326억 달러에 이른다.

모디 정부는 이런 막대한 돈이 드는 사업에 외국인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방위산업부터 철도, 부동산 등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획기적 조치를 취했다.

모디 총리가 취임 뒤 세계 각국을 돌며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MAKE IN INDIA'로 일컬어지는 모디식 세일즈 외교의 일환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8월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플라스틱이든 자동차든 위성이든 가공식품이든 인도에 와서 만들어 달라”며 외국자본에게 투자를 호소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9월 일본 방문에서 3조5천억 엔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또 중국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200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모디 총리는 세일즈 순방외교를 올해도 가속화하고 있다. 취임 뒤 첫 중국 방문에 나서 지난 14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향 시안을 방문한 데 이어 15일 베이징에서 리커창 총리와도 만나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그는 리 총리와 회담에서 양국이 추진해 온 고속철 프로젝트와 관련해 구체적 논의를 하고 1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계약체결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사회개혁과 경제정책은 세계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 속에 세계에서 자금이 유입되면서 뭄바이지수는 모디 정부 출범 반 년 만에 30% 이상 상승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 빈민층 구제에서도 획기적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8월 은행계좌가 없는 모든 가구에 조건없이 계좌를 만들어 주는 유례없는 시도를 했다. 모디 정부는 돈이 없어 은행계좌를 만들지 못하는 빈곤층 9천만 명을 대상으로 5천 루피(약 9만 원)를 지급했다.

모디 총리는 화장실 설치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골 가정마다 화장실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그의 공약사항이었다.

인도 가정의 절반 가량은 화장실이 없어 위생은 물론 성폭력 범죄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모디 총리는 집안에 화장실을 갖추는 데 현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 모디노믹스 1년 성적표, “코끼리가 용을 추월할 것”

모디노믹스의 1년 성적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물가상승률은 5%로 떨어졌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4%를 기록해 중국을 제쳤다. 재정적자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4.9%에서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외환보유액은 12%가 늘어났다.

세계은행은 인도 경제성장률이 올해 7.5%, 2017년 8%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6.8%인 것을 감안하면 ‘코끼리(인도)’가 ‘용(중국)’을 제칠 것이라는 예상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인도의 개혁 사령관’이라고 지칭하며 추켜세웠다. 그는 타임이 선정한 '2015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모디 총리에 대해 이런 소개글을 썼다.

“아버지를 따라 차를 팔아 가족을 부양하던 소년이 세계 최대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됐다. 빈곤층에서 총리가 된 그의 인생역정이 인도의 성장 잠재력과 동력을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이 아니더라도 모디 총리는 분명 사랑받는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모디 총리가 13년간 주지사를 지낸 구자라트 주는 사원에 모디를 숭배하는 조각상을 세웠다가 곤욕을 치렀다. 지지자 300명이 기금을 모아 지붕 꼭대기에 여당 인민당의 상징인 연꽃 모양의 풍향계가 달린 사원 안에 모디 총리 조각상을 모신 사원을 설립한 것이다.

모디 총리는 지지자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트위터에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내 이름을 딴 사원의 건립소식을 듣고 오싹했다”며 “사원건립은 충격적이고 인도의 위대한 전통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날 슬프게 하니 그만 두라”며 “사원건립에 드는 시간과 재력이 있으면 '클린 인디아'(청결 캠페인)에 써 달라”고 주문했다.

  모디노믹스, 코끼리 인도 어떻게 바꾸고 있나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월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이타나가르에서 이 지역이 인도의 주로 승격한 것을 축하하는 2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모디 리더십에 드리운 잿빛 그림자


하지만 모디 총리가 칭찬만 받고있는 것은 아니다. 힌두교 민족주의에 따른 종교적 갈등,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적 양극화 등은 모디 총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그가 추진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친기업 정책으로 인도 노동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모디 정부는 최근 기업활동 강화를 위해 토지수용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모디 정부가 농민의 땅을 빼앗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 수천 명은 수도 뉴델리 의회 앞으로 몰려가 법 개정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권문제에서도 모디 정부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들은 모디 정부가 경제성장과 개발에만 혈안이 돼 인권과 노동, 환경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모디노믹스에 대한 잿빛전망도 현실화하고 있다.

루피화 가치가 모디 총리 취임 이후 1년 사이 11%나 올라 의류와 가죽, 수공예품, 보석류 등 수출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인도를 제조업의 허브로 만들어 수출규모를 늘리겠다는 모디 총리의 계획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 위주의 모디노믹스에 대한 인도사회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모디 정부는 최근 인도판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모디 총리는 국가 무역적자의 30%가 금 수입 때문이라고 보고 사원들에게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사원들은 여신상에 도금된 금을 벗겨내 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힌두교를 절대시하는 신도들은 신에게 바친 봉헌물을 정부가 적자를 메우는 데 가져가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