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에서 법인 분할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유튜브채널>
현대중공업은 수년째 임단협 과정이 순탄치 않은데 올해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물적분할 등 대형 이슈가 엉켜 노사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7일 오후 임시 대의원 회의에서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18일 요구안 전달식을 연다.
이날 오후 12시5분부터 임단협 승리와 물적분할 반대, 고용안정 쟁취,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오토바이 경적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사 상견례 시기는 5월 초즈음이 유력한데 벌써부터 전초전이 시작된 셈이다.
노조는 지단별로 파업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중앙쟁대위가 지단장과 논의한 뒤 파업 수위를 결정한다.
이번 임단협은 기본급 인상과 고용안정, 물적분할 및 대우조선해양 인수 반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3년 내리 임단협이 해를 넘겨서야 마무리됐는데 올해도 연내 타결은 쉽지 않을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노사는 물적분할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6월1일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가 존속회사로 남고 그 아래 신설 사업회사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4개 계열사를 거느린다.
회사 측은 직원들을 상대로 물적분할 설명회를 연이어 열고 있지만 노조는 15일 중앙쟁대위 회의를 통해 설명회 참석 거부를 의결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서 설명회를 여는 이유는 근로관계 승계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들에게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면 근로자 동의가 없어도 근로관계가 신설회사에 승계되는데 이를 이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인수 이슈 자체보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들은 현대중공업이 비상장 자회사가 되면 복지 등 각종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한 노조원은 "중간지주사가 생기면 현대중공업은 하청 생산기지나 마찬가지인데 상장 대기업과 비상장기업은 다르기 때문에 은행 등에서 직원들의 신용대출 금리도 높아질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느냐보다 지금은 물적분할 반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현대중공업 법인 분리의 진실을 파헤치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노조는 분할 이후 존속회사인 중간지주사와 신설 현대중공업이 자산은 나눠 차지하지만 부채는 98%를 신설 현대중공업이 들고 가게 된다며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일궈낸 노력의 결실을 중간지주사가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사 측도 사내 소식지인 인사저널을 통해 분할 관련 문답을 연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5일에는 홈페이지에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몇몇 주장에 관해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물적분할 결정을 계기로 제기된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 등 오너일가에 관한 각종 의혹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유 등을 해명했다.
이 자료에서 현대중공업은 "정부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누구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재무 부담이 최대 6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어 회사 측이 져야 할 위험부담이 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물적분할이 이런 어려움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할 이후 현대중공업 신용도가 바뀌어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 6대 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간지주사와 신설법인의 자산과 부채는 사업 연관성에 따라 나눈 것이고 중간지주사도 신설법인의 100% 주주로서 부채 축소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 여부를 놓고도 팽팽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 직원의 평균 급여가 6600만 원으로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낮다는 조사결과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급여는 각각 7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토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