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선임되자마자 안전경영을 놓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서 일어난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로 또 다시 ‘안전 불감증’ 논란에 직면했다.
 
현대제철 사망사고 일파만파, 안동일 첫 과제로 '안전경영' 부상

▲ 안동일 현대제철 생산·기술 부문 담당사장.


25일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안전관리 문제를 놓고 일제히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및 한화 대전공장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컨베이어벨트를 다수 보유한 사업장 등 100여 곳에 안전점검을 지시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승조 충남지사 역시 당진시와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꾸려 현대제철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 중이고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현대제철을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불법사항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안 사장은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취임을 앞두고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게 된 셈이다.

안 사장은 1984년 포항제철에 입사한 이후 35년 가까이 포스코에서 광양제철소장, 포항제철소장 등을 두루 거친 현장 전문가로 평가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현대제철에 생산·기술부문 담당사장 직책을 신설하고 안 사장을 선임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김용환 부회장과 안동일 사장이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3월22일 열리는 현대제철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는 안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건만 오르고 김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상 김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남고 안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하다.

안 사장으로서는 경영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전방에서 지게 된 만큼 ‘죽음의 공장’으로까지 불리는 당진 제철소의 오명을 벗는 데 마음이 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그동안 수차례 ‘위험의 외주화’ 논란에 시달려왔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35명이 산업재해로 숨졌으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이번에 숨진 노동자 1명을 합치면 12년 동안 36명이 사망했다. 1년에 3명 꼴이다.

2013년 5~6월에는 가스 누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하면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받았다.

조사결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항이 1123건 확인돼 과태료 6억7025만 원을 받았고 이후 감독관이 공장에 상주하기도 했으나 같은 해 10월부터 넉 달 연속으로 또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다보니 안 사장이 구체적이고 분명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비난을 쉽게 가라앉히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안 사장은 당진 제철소에서 사망한 노동자 이모씨의 장례식에 23일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동일 사장뿐아니라 김용환 부회장 등 경영진들이 현재 이번 사고 수습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사적으로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일 오후 5시20분경 당진제철소에서 외주 용역업체 '광양'의 비정규직 직원 이모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현재 경찰은 공장의 서류 등을 압수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초점을 맞춰 안전조치 위반 여부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