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CJ대한통운의 ‘해외사업 확대’와 ‘노사갈등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14일 CJ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CJ대한통운 공동대표에 내정된 박 부회장의 당면과제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글로벌사업을 성장하는 일이 꼽힌다. 
 
[오늘Who] 현장에 강한 박근희, CJ대한통운 경영현안 앞에 서다

박근희 CJ 공동대표이사 부회장.


CJ대한통운은 2018년 3분기 말 기준 중국, 동남아, 미국, 중남미, 유럽 등 30개 나라에서 118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사업을 계속 확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8월 미국 물류회사 DSC로지스틱스 인수를 마쳤다.독일 물류회사 슈넬리케의 인수도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이 2018년 4분기 택배노조의 파업, 허브터미널 인명사고에 따른 터미널 운영 중단 등 악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깜짝실적'을 거둔 데에도 글로벌부문의 성장이 큰 기여를 했다.

특히 DSC로지스틱스의 매출이 큰 도움이 됐다. DSC로지스틱스의 매출 1644억 원이 반영되며 2018년 4분기 CJ대한통운의 글로벌부문 매출은 1조98억 원으로 2017년 4분기보다 32.9% 증가했다. 2018년 4분기 기준 CJ대한통운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2%에 이른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새로 연결실적에 포함된 해외법인이 주도하는 매출 성장이 지속됐다”며 “앞으로도 해외법인과 국내의 시너지 확대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의 해외사업 확대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월드 베스트 CJ' 구상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2018년 12월 그룹 계열사 주요 경영진을 모아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장이 박 부회장을 CJ대한통운 공동대표이사에 앉힌 것도 CJ대한통운의 글로벌사업 확장을 이끄는데 박 부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CJ그룹 지주사 CJ의 부회장을 겸임하는 만큼 CJ대한통운이 앞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데 그룹 차원의 경영적 판단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 회장은 박 부회장을 삼성그룹에서 CJ그룹으로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박 부회장의 영입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연락했다는 말도 나왔다.
 
박 부회장은 삼성그룹에서 근무할 당시 삼성그룹의 해외 진출에 큰 공을 세우며 '해외사업 전문가'라는 평가도 받았다.

박 부회장은 2005년 삼성카드 사장에서 삼성 중국 본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박 부회장은 중국에 부임하자마자 법인이름을 ‘삼성중국’에서 ‘중국삼성’으로 바꾼 뒤 삼성그룹의 중국시장 진출을 최전방에서 진두지휘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쓰촨성 지진 구호 영웅을 성화봉송 주자로 선발하며 중국인들의 호감을 사는데 성공했다. 당시 중국 국영방송 CCTV에 출연한 하이버그 IOC(올림픽조직위원회) 마케팅위원장은 “브랜드와 세일즈 측면에서 삼성이 올림픽을 통해 가장 크게 성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삼성의 중국 진출에서 거둔 공로에 더해 2010년부터 삼성생명을 맡아 삼성생명의 글로벌기업화도 추진했다. 박 부회장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사이 갈등의 ‘해결사’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등 택배노조는 1월22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본사가 노조 탄압 행위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전면적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2018년 말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이미 한차례 ‘택배 대란’을 겪었다. 택배노조가 2018년 11월29일 파업을 철회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조와 갈등은 CJ대한통운의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잇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의 책임이 크다며 2018년 11월 박근태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 사장과 택배노조 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CJ그룹 차원에서 지금까지 CJ대한통운 경영을 총괄했던 박 사장이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박근희 부회장은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박 부회장이 강조하는 '현장'과 '소통'이 CJ대한통운의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박 부회장은 CJ그룹으로 둥지를 옮기기 직전 삼성그룹의 삼성사회봉사단과 사회공헌위원회를 맡고 있었다. 또한 중국 총괄사장이나 삼성생명 대표 시절 영업점이나 지점을 수도 없이 많이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능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박 부회장은 평소에 "모든 경영의 문제와 답은 현장에 있다"며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는 답을 찾아낼 수 없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삼성사회봉사단을 맡고 있을 때도 사회 곳곳을 직접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