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이 체질 개선 작업에 분주하다.

현대위아는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대상 기업으로 꾸준히 꼽히는데 김 사장이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을 염두에 두고 현대위아를 탈바꿈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배 현대위아 체질개선 분주, 현대차그룹 사업재편의 포석인가

김경배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위아에서 최근 조직 변화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현대위아는 최근 수동변속기 가공라인 자산을 175억 원에 현대다이모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11월 수동변속기 조립라인을 현대다이모스에 넘긴지 약 3년 만에 가공라인까지 넘겨 수동변속기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현대위아는 “자동차 부품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부터는 경기 의왕에 위치한 기계부문의 공작기계연구소를 경남 창원으로 옮기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본사공장뿐 아니라 협력기업, 부품 개발기업들이 자리잡은 창원에서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현대위아는 설명했다.

현대위아는 기계부문에서 공작기계를 생산하며 전체 매출의 14%가량을 내고 있지만 여덟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위아가 기계부문을 분사해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기계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연구인력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위아가 11월 말에 기계부문을 총괄할 기계사업본부장에 두산인프라코어 출신의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도 기계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이를 놓고 김경배 사장이 현대위아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김 사장은 11월 초 현대위아의 ‘비전 결의대회’를 열고 “친환경 부품과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신사업으로 제조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더 나은 솔루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위아는 당시 엔진과 모듈, 사륜구동, 공작기계 등 기존 사업부문에 친환경 차량부품과 스마트팩토리 등 신규사업을 추가해 2030년에 연 매출 16조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추진 중인 체질 개선이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합병법인 ‘현대트랜시스’를 2019년 1월1일자로 출범한다. 현대위아가 파워트레인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현대트랜시스와 합할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대위아도 향후 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미래차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본격화한다면 현대위아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위아가 현대트랜시스와 합병하거나 친환경부품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가 업계와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것을 놓고도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과 연관지어 풀이하기도 한다.

12일 실시된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 현대케피코,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합병법인 등 주요 부품계열사 5곳의 수장이 전부 교체됐지만 현대위아의 김 사장만 유일하게 대표이사를 유지했다.

김 사장이 교체되지 않은 것은 현대차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을 주도할 인물로 김 사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김 사장은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의 의중을 잘 알고 있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만 10년 정도 맡았으며 이후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2년 일했다.

이후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자금줄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에서 대표로 9년 동안 재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