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5G 통신망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의 보안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없애는 것 외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관련한 정치적 리스크까지 주시해야 한다.
 
미국 화웨이 통신장비 압박 강화, LG유플러스 부담 갈수록 커져

▲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미국은 최근 동맹국들에게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설득했고 28일 뉴질랜드 정부는 중국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뉴질랜드 정부통신보안국(GCSB)은 뉴질랜드 통신사 ‘스파크’가 통신망 구축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5G 네트워크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다른 장비를 사용토록 조치했다. 

뉴질랜드 역시 미국의 우방국 가운데 하나인 만큼 미국 정부의 압박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즉시 “뉴질랜드는 중국 기업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화웨이를 5G 장비업체로 선정한 LG유플러스에 시선이 쏠린다. 

미국 정부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통신3사에 별다른 접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한국 역시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미국의 움직임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화웨이 사용을 금지해줄 것을 요청한 나라들이 미군 주둔국에 집중돼 있기도 하다. 

미국은 본국 안에서는 독자 위성망을 구축해 중요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는데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에서 화웨이 통신장비 때문에 군사 기밀 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미군기지가 있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각국 정부 관계자들 및 통신업계 경영진들과 접촉해 사이버 보안 위험성을 놓고 브리핑을 진행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이들 나라를 넘어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영향력 때문에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부분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선례도 있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4G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을 당시 서울 용산 미군기지 근처에는 화웨이 장비를 쓰는 기지국을 두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화웨이 장비를 들여왔다. 

주한 미군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반중국 정서가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보안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도 이해하지만 만에 하나 공공재인 통신망에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면 큰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국가안보와 관련될 수도 있는 문제인만큼 사전에 문제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호주 정부도 8월 화웨이를 입찰업체에 제외하면서 “중국 소유의 거대 통신업체인 화웨이가 5G 구축 과정에 참여했다면 호주의 전력망, 수도, 의료 시설 등 국내 주요 기반 시설의 정보를 보호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