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다시 악화 국면에 들어섰다. 회사 측이 노조 대의원 선거에 개입하고 조합원을 관리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한영석 사장이 최근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노사관계에도 새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는데 다시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풀기 첫 출발부터 가시밭길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19일 오전 10시경 회사 측의 노조대의원 선거 개입에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8시간 동안 전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열기로 19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의결했다. 파업은 오전에 각 지단별로 진행하고 오후 2시에 중앙에 모여서 집회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파업은 16일 KBS가 현대중공업 측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문건을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내부자 고발로 입수된 문건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노조원 성향을 5단계로 나누고 회사와 가까운 상위 3단계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어느 강성 대의원을 회사 측을 뜻하는 '합리파'로 전향시키고 조합 선거에 활용하겠다고 적어놓기도 했다. 강성 성향의 특정 인물을 노조 대의원 선거에 나가지 못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문건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이 공개되면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회사 측의 치밀하고 일상화된 노무관리 정책은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노조는 회사가 반인권적이고 불법적 노무관리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사관계가 나아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노사가 3개월여 만에 교섭을 재개한 데다 6일 강환구 전 사장이 물러나고 한영석 사장과 가삼현 사장의 공동대표체제로 바뀌면서 냉랭했던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풀기 첫 출발부터 가시밭길

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한 사장은 선임 하루 만에 노조 사무실을 찾아 집행부를 만나는 등 노사관계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이 불거지면서 한 사장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그가 취임하기 전 벌어진 일이니 직접적 책임은 없지만 노조가 '총력 투쟁'을 예고한 만큼 이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은 문건과 관련된 부서의 책임자들을 인사대기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자체 감사하고 관리 및 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만 십수 차례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교육이 이뤄졌는데 일부 부서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며 "일부 생산 현장의 노무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벌어진 일이고 회사가 조적적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 측이 일부 관리자의 일탈행위라는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이 앞에서는 경영위기를 말하면서 뒤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조를 탄압했다“며 "이번 문건은 최고경영진의 관여없이는 불가능한 일인 만큼 꼬리가 아닌 몸통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