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애물단지 육상플랜트 슈퀘이크 공사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육상플랜트사업 규모가 계속 줄어들었는데 슈퀘이크 공사를 끝내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애물단지 발전소 공사 끝나면 육상플랜트 축소수순

▲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슈퀘이크 화력발전소 시공을 끝내고 발주처와 최종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슈퀘이크 화력발전소는 현대중공업이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 전력공사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다.

화력발전소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 공급, 건설, 시운전까지 모든 과정을 맡아 진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진행했으며 계약 규모는 33억 달러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초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일감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슈퀘이크 화력발전소는 실적을 갉아먹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10월 32억 달러 규모의 제다사우스 화력발전소 공사도 수주했는데 1년도 안 돼 대형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두 공사를 모두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에서 차질을 빚었고 공기가 늘어지면서 2014년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현대중공업은 이듬해인 2015년 1월 육상플랜트를 주로 수주하는 플랜트사업부를 해양플랜트사업부와 통합해 ‘해양플랜트사업본부’를 만들었는데 이는 회사 내 육상플랜트 사업부의 비중이 그만큼 쪼그라들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이 슈퀘이크 화력발전소 건설을 마치면 이제 수주잔고에 남아 있는 육상플랜트 프로젝트는 클린퓨얼, 자잔, ZOR 3건뿐이다. 

그마저도 현대중공업이 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클린퓨얼 프로젝트의 공정진행률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90%에 가까워 완공을 앞두고 있고, 자잔 프로젝트도 공정률이 80% 정도다.

ZOR프로젝트만 공정률이 35% 정도인데 공사기한이 2019년 7월27일까지라서 일감이 넉넉히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수주잔고가 급감하면서 현대중공업이 육상플랜트사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규 수주 활동도 거의 멈춘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까지만 해도 육상플랜트부문 신규 수주가 12억 달러를 넘었지만 2016년 3억 달러로 쪼그라든 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각각 1억 달러에도 못 미친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0월 ZOR프로젝트 이후 육상플랜트부문에서 한 건의 신규 수주 실적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육상플랜트부문 수주잔량은 인도 기준으로 2015년 말 109억 달러 정도에서 올해 상반기 말 67억 달러 정도로 줄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육상플랜트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말도 2016년에 돌았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육상플랜트 사업에서 철수하지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은 이런 시선을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기업설명회에서 다시 한 번 "육상플랜트 사업에서 입찰 참여를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런 말과 달리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육상플랜트부문에서 인력을 계속 줄인 점도 축소 지향이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현대중공업은 해양과 육상플랜트사업부를 통합하기 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육상플랜트부문 인력이 1300여 명이었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해양과 육상플랜트 인력이 모두 합쳐 3400여 명 수준이 됐다.

이 가운데 해양부문에만 속한 인력이 약 2600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3년 정도 만에 육상플랜트 인력이 800명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해양부문에서 영업손실 407억 원을 냈다. 2017년 상반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산업용 보일러와 청정연료 플랜트 등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에 영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