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SDI의 유럽 배터리공장 가동 앞당기고 투자 늘릴 수도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이 2017년 5월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삼성SDI가 헝가리의 전기차 배터리 신규공장 가동을 예정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중대형배터리에서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이뤄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경쟁기업들도 유럽 진출을 확대해 물량공세에 나선 만큼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가 증설투자를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전기차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2일 “삼성SDI가 헝가리 전기차배터리 신규공장을 3월부터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신제품에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가 완공을 앞둔 헝가리 공장은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전 사장은 삼성SDI 대표이사에 오른 뒤 일정을 앞당겨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고객사의 전기차 출시일정에 맞춰 더 이른 시기에 가동을 시작할 가능성이 나온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헝가리 공장은 이전에 밝힌 대로 2분기 가동 예정으로 진행중”이라며 “고객사 주문에 맞춰서 양산일정 조정이 검토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SDI가 목표로 두고 있는 중대형배터리 첫 흑자전환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지난해 중대형배터리에서 2630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영업이익 340억 원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남 연구원은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수요가 양호해 삼성SDI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이어진 배터리 원재료 가격상승의 영향을 만회하기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에 비해 시장규모가 훨씬 커 중대형배터리에서 ‘본게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에서는 삼성SDI의 진출 확대가 비교적 쉽지 않다.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가격에 대체로 더 민감한 데다 삼성SDI가 주력하는 유럽시장에서 수주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분석기관 시킹알파는 “삼성SDI가 헝가리 배터리공장 건설에 처음 나설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과 일본기업 등 신규업체의 등장으로 배터리 가격경쟁이 예상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헝가리에 약 7.5GWh(기가와트시) 규모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LG화학 폴란드공장의 6GWh, 삼성SDI 헝가리공장 약 3GWh를 모두 크게 앞선다.

일본과 중국 경쟁사들도 유럽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삼성SDI가 비교적 일찍 유럽 공장건설에 나선 성과가 온전히 빛을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전 사장이 이런 상황변화에 대응해 삼성SDI의 헝가리 공장가동을 앞당긴 데 이어 추가 증설투자에도 나서 가격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SDI는 추가 시설투자에 나설 자금여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급성장기를 맞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통해 얻는 지분법이익이 올해 모두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매각을 주문하면서 올해 약 5천억 원 정도의 현금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전영현, 삼성SDI의 유럽 배터리공장 가동 앞당기고 투자 늘릴 수도

▲ 삼성SDI가 공급하는 전기차배터리.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 현금을 확보해 중대형배터리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SDI 입장에서 긍정적 변화”라고 내다봤다.

삼성SDI가 추가 투자에 나설 경우 시설투자에 따르는 운영비와 가동비 부담 등이 커져 중대형배터리 흑자전환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사장이 이른 시일에 추가 증설투자를 결정하고 조기에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면 삼성SDI가 경쟁업체보다 앞서 유럽 완성차고객사의 주문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헝가리 공장에 증설투자를 진행할 만한 부지와 시설 등은 확보하고 있다”며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2018년은 더 높이, 멀리 날 수 있도록 날개를 크고 튼튼하게 만드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시장 성장에 따라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