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만으론 부족" 최태원의 6년 전 선구안, SK하이닉스 AI에 '낸드 슈퍼사이클' 올라탄다

▲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이 올해 4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자 2020년 인텔의 낸드사업부(솔리다임) 인수를 결정한 최태원 SK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며, 2026년 낸드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배 이상 증가해 40조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성형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고성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인텔의 낸드사업부(현재 솔리다임)를 약 10조 원에 인수한 뒤 일각에서는 '무모한 도박'이란 비판도 나왔지만, 낸드 사업이 부활하면서 최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2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가 올해 HBM과 D램을 중심으로 20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낸드 사업도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루며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 가격은 올해들어 급등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 가격은 전분기 대비 55~60% 올랐으며, 2분기에도 70~7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의 가격 상승률과 이익률을 이제는 낸드가 따라갈 것"이라며 "수요 구조 차이로 D램 업황 개선이 선행했지만 낸드 역시 감산 효과 누적, 재고 정상화, eSSD 중심의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수급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생성형 AI가 답변을 생성(추론)할 때 사용하는 'KV 캐시(임시 데이터 창고)'는 많은 저장공간이 필요한 데다, 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려면 HDD가 아닌 eSSD가 필요하다. AI 빅테크들은 기존 16테라바이트(TB)~30TB를 넘어 60TB~128TB급 초고용량 eSSD를 표준으로 채택하는 추세다.

반면 수요는 급증하는 데 비해 낸드 공급량은 당분간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무작정 낸드 물량을 늘리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설비를 운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공장에서 192단 제품 중심으로 선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웨이퍼 투입량은 줄어들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SK하이닉스의 낸드 웨이퍼 투입량이 2025년 190만 장에서 올해 170만 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급 부족에 따른 낸드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2조 원에도 못 미쳤던 SK하이닉스의 낸드 영업이익은 올해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2026년 낸드 사업에서 매출 80조4370억 원, 영업이익 45조752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실적 추정치보다 매출은 279%, 영업이익은 1526% 증가하고, 영업이익률도 9%에서 57%로 급등하는 것이다.
 
"D램만으론 부족" 최태원의 6년 전 선구안, SK하이닉스 AI에 '낸드 슈퍼사이클' 올라탄다

▲  SK하이닉스가 321단 QLC 낸드플래시 기반 SSD 제품인 'PQC21'.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2020년까지 낸드 사업에서 삼성전자, 키오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에 이은 5위 사업자였다.

최태원 회장은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 10월 인텔의 낸드사업부(솔리다임)를 90억 달러(약 10조3천억 원)에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를 통해 낸드 시장점유율 2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다만 당시에는 1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 금액을 두고 '너무 비싸게 샀다'는 고가 매수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솔리다임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8조 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하자, '실패한 인수합병',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불황기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뚝심 경영'으로,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321단 쿼드레벨셀(QLC)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AI 추론 시장 확대에 힘입어 초고용량 eSSD 수요가 폭증하며 솔리다임의 수익성과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솔리다임은 QLC 기반 eSSD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힘입어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2025년 3분기 19%에서 4분기 22.1%로 증가했다. 1위인 삼성전자(28%)와 점유율 격차를 기존 13.3%포인트에서 5.9%포인트까지 좁혔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손잡고 차세대 '고대역폭 플래시(HBF)'도 개발하고 있다.

HBF 상용화를 통해 낸드를 단순한 저장장치가 아닌, AI 연산을 돕는 'AI 메모리 솔루션'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HBF는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높게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대역폭)를 획기적으로 높인 메모리로, 2027년 첫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스토리지 신제품 중 하나로 HBF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 제품 인증,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HBF뿐만 아니라 솔리다임 기반 QLC 경쟁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낸드 사업의 성장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