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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장 사장은 삼성그룹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며, 지배구조(거버넌스) 측면의 불투명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프로>
임시 조직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상설 조직로 격상한 사업지원실을 이끌며, 삼성그룹사 전체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 개입 논란 등 사업지원실이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2026년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사업지원실이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하며, 인수합병(M&A)과 투자 등 이재용 회장이 내리는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만을 통해 세계 2위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ZF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약 15억 유로(약 2조 6천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 거래도 사업지원실 내 M&A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지원실은 박학규 사장이 총괄 실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전략팀장은 최윤호 사장, M&A팀장은 안중현 사장이 맡고 있다. 박학규 사장은 하만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박학규 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복심'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2017년 3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그룹을 떠났지만, 8개월 만에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2020년부터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회사 살림살이를 맡아온 재무전문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사장과 사업지원실의 역할이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측면에서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불투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팀 공용 폴더가 내부망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 삼성전자 사업지원TF(현재 사업지원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저성과자 하위 고과를 확대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 메신저 대화가 공개되며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노조연대 측은 당시 "이번 사안은 단순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한정된 사안이 아니라, 특정 계열사에 대한 삼성그룹 차원의 광범위한 개입 정황까지 합리적으로 의심 가능한 사안"이라며 박학규 사장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과거 생산과 점유율 확대가 성공 요인인 시절에는 효과가 컸다. 상부의 결정이 내려지면 하부는 실행에만 집중함으로써, 복잡한 합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술이 복잡해지고 창의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같은 하향식 구조는 오히려 '혁신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우리나라 민간 기업도 독자적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결정은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가 승인하는 방식은 20세기에 청산되어야 하는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남우 회장은 "삼성전자가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은 엔니지어와 기술자들이 기술경쟁력을 회복하려 노력한 덕분이지, 사업지원TF가 기여한 바는 크지 않다"며 "오히려 과거 재무적 이유로 과감한 투자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해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이 약해진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사업지원TF를 향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지난해 말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학규 사장을 초대 실장으로 임명하며 '사업지원실'로 격상한 것은 정식 조직, 투명성과 책임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개편한 것은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좀더 책임감 있게 챙기겠다는 차원"이라며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사업지원실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되, 다만 그 권한과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이 각 관계사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문제가 있지만,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계열사 경영진과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과정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 집단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과거와 같은 그룹 정례회의는 없어졌지만, 비정기적으로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과 과제를 논의한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 계열사 전체가 '윈윈'하기 위해 각 사업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조직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아직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삼성그룹에서는 사업지원실이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법적 테두리 안이라면, 사업 현안이나 인사 방향성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사업지원실을 통해 각 계열사의 세세한 사안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기업 거버넌스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도 지난해 11월 "사업지원실은 이름보다 운영이 중요하다"며 "법의 영역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