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내 투자 관심 가져달라", 삼성·현대차·SK·LG 재계 총수들 5년간 800조 이상 투자 약속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주요기업 총수들과 만나 한미 관세협상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국내 투자 및 기업활동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우리가 대미 금융투자 또는 금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그 부분을 정부 측하고 잘 협의를 하셔서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연관돼 사업을 하는 게 투자금 회수에 훨씬 더 안정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것도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변화가 생길 때 보통은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기회 요인으로 만들 수가 있다”며 “변화된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또 그 기회를 만들면 우리한테도 또 좋은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급 7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이 긍정적 결과로 마무리된 데에는 재계 노력이 컸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은데, 전적으로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좋은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는데, 어쨌든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라면 성과,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재계 총수들은 이 대통령의 말에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하는 상황 때문에 국내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재계가 지방에도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을 한다”며 “그런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들이 잘 조치해주실 걸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국내 투자 관심 가져달라", 삼성·현대차·SK·LG 재계 총수들 5년간 800조 이상 투자 약속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며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이날 2030년까지 반도체, AI데이터센터,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등의 설비와 연구개발을 포함해 총 450조 원을 국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원래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고용도 매년 8천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앞으로 매년 1만4천∼2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7천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내년 1만명으로 늘릴 것이며,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통한 수출량 확대를 약속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 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여승주 부회장은 "우선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대미 투자 외에도 국내에서 조선·방산 분야에만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분야, 인공지능(AI) 기계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재 스타트업들과 5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1조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친기업, 반기업 이런 소리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께 정말 필요한 게 규제 같다”며 “예를 들면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것이 어떤 게 있을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신속하게 정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 방식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며 “연구개발(R&D) 또는 위험 영역에 투자해서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우리가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선순위로 감수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관계에 대해선 기업과 노동자들이 적대적 관계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과 경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호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요소가 언제부터 너무 적대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측면에서도 '임금 착취' 소리를 들어가면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 그런 점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첨단 기술 산업 같은 경우 ‘역량’이 문제지 ‘인건비’나 액수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 (기업이) 조금 더 관용적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