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미국에 공장 건설' 가능성에 씽크탱크 경계, "공급과잉 불가피"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전기차 제조사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씽크탱크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는 공급 과잉과 안보 문제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장쑤성의 BYD 자동차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의 미국 공장 건설을 허가한다면 자동차 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미국 씽크탱크의 비판이 나왔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수익성을 무시하고 과잉 생산으로 시장 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기술 및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씽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18일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성장한 전기차 제조사들이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ITIF는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중국 전기차 업체에 공장 건설 및 판매를 허가하는 일은 제조산업 육성 및 고용 창출에 좋은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선택이 잠재적으로 불러올 만한 역효과는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사실상 ‘멸종’할 만한 수준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현지인을 고용하기 원한다면 이를 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ITIF는 트럼프 정부가 현재 중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 전기차 공장 설립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ITIF는 “BYD나 샤오미, 니오와 같은 중국 업체들의 자동차 사업 전략은 다른 국가 업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들의 시장 경쟁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은 중국 정부의 공격적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시장 질서를 해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사례가 많지만 중국의 경우 소비자가 아닌 자국 자동차 제조사들에 지원을 집중했다는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이러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려 전 세계에 심각한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됐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중국 지방정부가 직접적 자금 지원으로 이들의 생산 확대를 꾸준히 유도해 온 만큼 이는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해외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 탈취를 주도해 왔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중국 전기차 '미국에 공장 건설' 가능성에 씽크탱크 경계, "공급과잉 불가피"

▲ 샤오미 전기차 'SU7' 홍보용 이미지.

미국 GM과 포드를 비롯한 글로벌 차량 제조사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기술을 공유해야만 한다.

ITIF는 이러한 사업 방식이 결국 산업 스파이 행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테슬라를 포함한 기업들이 이미 이러한 행위에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생산량에서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외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45% 안팎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중국 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한다고 해도 전체 시장에 피해를 주는 범위는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ITIF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 특성상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경쟁사들을 밀어내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커 이들을 받아들이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주장했다.

태양광과 철강, 드론 등 다른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공급망을 지배했던 사례가 전기차 분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제조되는 전기차가 핵심 부품을 여전히 중국 협력사들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미국이 거둘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ITIF는 유럽 국가들이 중국산 전기차를 받아들이면서 이미 눈에 띄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유럽연합에서 중국산 전기차 수출 비중이 약 361% 증가했고 판매량 점유율에서 메르데세스-벤츠와 같은 현지 기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점을 미국도 경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저가의 중국산 전기차 판매 확대가 기후대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재 중국에서 제조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탄소 배출량이 유럽보다 약 37% 높은 수준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ITIF는 미국 정부가 중국 업체들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국 전기차 공급망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폭넓은 산업 정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TIF는 “미국 정부는 오히려 중국 제조사들의 진출을 방어할 만큼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고 강력한 무역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