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만 TSMC가 현지 고객사들의 수요 부진과 미국 투자 확대 등 상황을 반영해 독일과 일본 공장에 투자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파악된다. TSMC가 일본 기업들과 공동으로 설립한 반도체 생산 법인 JASM의 파운드리 공장.
해당 지역에 위치한 공장은 주로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를 염두에 두고 건설이 추진됐는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며 자연히 수요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9일 “TSMC가 독일과 일본 공장에 걸고 있던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며 “미국 파운드리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현재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추가 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독일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TSMC가 이른 시일에 해당 지역의 투자를 계획 대비 축소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등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현지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예상치를 밑돌고 있어 투자 효율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부품 공급망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자동차 수요 부진과 관세 등 영향으로 제조사들이 반도체 주문을 보수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의 독일과 일본 반도체 공장은 모두 현지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의 주문 확보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독일 공장에는 보쉬와 NXP, 일본 공장에는 소니와 덴소 등 자동차 전장부품 및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이 각각 지분을 투자해 공동 운영하는 형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유럽과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수요가 모두 TSMC의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히 가동률 상승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가동을 시작한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도 소니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의 파운드리 수요 부진에 가동률이 부진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결국 TSMC가 자동차용 반도체의 충분한 위탁생산 주문량을 확보할 때까지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셈이다.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 등 압박에 따라 현지에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린 점도 다른 국가에 공장 증설 속도를 다소 늦출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 투입되는 자금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늘어나는 만큼 독일과 일본에도 동시에 투자를 벌이기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NXP와 인피니언 등 TSMC의 독일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에 참여한 반도체 기업들도 업황 악화에 대응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TSMC의 투자 전략 조정은 중장기 관점에서 수혜로 돌아올 것”이라며 “일본과 독일 대신 미국에 집중하는 일이 더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