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TF담당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TF장 부회장,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단, 사업지원 부서 기능을 강화하며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들에게 ‘위기 극복’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최근 연말 정기 인사에서 유임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부회장을 비롯해 새로 선임된
박학규 사업지원TF담당 사장과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은 모두 미전실 출신으로, 이들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을 이끌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그룹의 몸집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고, 과거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던 미전실 사업개편 결정이 옳았다는 게 최근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재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2025년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미전실 출신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사실상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연구조직인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윤호 전 삼성SDI 사장을 임명했다. 경영진단실은 삼성 관계사의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개선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컨설팅 조직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겪고 있는 경영 위기 원인을 ‘전략 부재’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미래전략실 전략팀,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전문가’다. 미래전략실에 있던 시절
정현호 부회장과 함께 일했고, 덕수상고 직속 후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업무 영역이 다소 겹칠 수 있는 사업지원TF와 삼성글로벌 경영진단실의 사업지원 역할 분담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업지원TF담당 사장으로 임명된
박학규 사장도 미전실 출신으로, 오랫동안 ‘포스트
정현호’로 불려온 인물이다.
박 사장은 2017년 3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그룹을 떠났지만, 8개월 만에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2020년부터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회사 살림살이를 맡아온 재무전문가다.
정현호 부회장도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정 부회장 유임을 두고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1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이를 위한 작업이란 관측이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된다면 정 부회장이 이를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미전실 출신들이 이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음이 다시 증명됐다.
이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그룹의 전체 전략을 세우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세부 방안을 찾아 삼성전자 각 사업부를 지원하는,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삼성전자가 미전실과 같은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컨트롤타워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만큼, 우선 사업지원TF와 경영진단실이 관련 역할을 분담해 수행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선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사업군이 너무 다양한 데다 정치적, 지정학적 위기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을 도와 큰 미래사업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직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올해 10월 ‘준감위 연간 보고서’를 통해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7년 해체되기 전까지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의 사업개편 성과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1년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가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2016년 상장한 뒤 현재까지 500% 가까이 상승했다.
또 2014년~2015년 삼성종합화학을 한화그룹에,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계열 3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며 석유화학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도 지금에 와서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