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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부 SMR 육성 본격화, 원전과 재생에너지 놓고 회원국 사이 대립 커져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0-16 14: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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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부 SMR 육성 본격화, 원전과 재생에너지 놓고 회원국 사이 대립 커져
▲ 뉴스케일이 개발하고 있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보이거' 그래픽 이미지. 루마니아 로파워와 협력해 연구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보이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뉴스케일>
[비즈니스포스트] 원자력 발전에는 부정적이었던 유럽연합(EU)이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소형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을 본격화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개발에 부정적으로 대응해온 유럽연합이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다.

다만 모든 회원국들이 이런 기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어서 유럽연합 내부에서 원전 개발을 지지하는 진영과 재생에너지 지지 진영 간 대립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유럽 원자력 전문 언론 ‘뉴크넷’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유럽산업연맹은 역내 SMR 프로젝트 9개를 지원 대상으로 선별했다. 

유럽산업연맹은 올해 2월 유럽집행위원회가 구성한 공공 및 민간 투자 협력 플랫폼이다. 이번 선별 대상에는 미국 SMR 개발 기업 '뉴스케일'이 루마니아 로파워와 협력해 연구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유럽산업연맹은 2030년까지 SMR을 상용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에 선별된 프로젝트들 외에도 추가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유럽연합이 집행위 차원에서 SMR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개발에 부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은 지난해 4월 국내에 운영되고 있던 마지막 원전을 폐쇄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조를 뒤집기 위해 유럽산업연맹은 올해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고 원전과 관련된 입장을 협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해당 회의에서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향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사용해야 한다는 대목에는 합의했다.

역내 뿐만 아니라 대외 정책에서도 유럽연합은 최근 기조를 달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 장관들이 이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상정할 안건에 원전 지원책을 포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안건은 본래 좀 더 이른 시기에 합의됐어야 했으나 지원책 강화를 주장하는 프랑스와 이에 반대하는 독일의 대립으로 논의가 지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상정안을 미루어볼 때 유럽연합 국가들은 지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 이행을 위해 저탄소 기술로써 원전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OP28 합의문이란 2030년 이전까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참여국들은 향후 5년 내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저탄소 에너지원을 유의미하게 늘려야 한다.
 
EU 집행부 SMR 육성 본격화, 원전과 재생에너지 놓고 회원국 사이 대립 커져
▲ 9일(현지시각) 헝가리 팍스에 위치한 신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 <연합뉴스>
프랑스와 동유럽 국가들로 이뤄진 회원국 그룹은 유럽연합 전체 차원에서 집행되는 에너지 정책에 원전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원전 기술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산되려면 유럽연합 전체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으로 구성된 회원국 그룹은 원전 개발에 너무 집중하게 되면 재생에너지에 사용될 자금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레오노르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 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원전 산업은 이미 그러한 지원 없이도 엄청난 양의 공적 자금을 받으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로 들어가는 투자 비용도 줄어들게 하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인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원전 지원책이 이번 COP29 상정안에 포함된 탓에 회원국들이 에너지 진영 논리에 빠져 제대로 된 기후대응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린다 카쿨러 벨기에 싱크탱크 ‘스트래티직 퍼스펙티브’의 대표 디렉터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의는 화석연료 퇴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그보다는 누가 어떤 에너지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진영이 갈리는 이데올로기적 토론으로 변질됐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취재한 유럽연합 내부 관계자도 “원전과 관련된 논의는 거의 종교적 단계에 이른 상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로 큰 영향을 받는 나라에 얼만큼 지원을 해야 하는가인데 이런 논의는 모두가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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