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항공과 해운 등 수송업계가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해운업계에게는 상대적으로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항공업계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수송업 희비 교차, ‘해운’ 시간 벌고 ‘항공’은 긴장

▲ 중동 지역에 다시금 전운이 고조되며 HMM을 비롯한 해운선사들이 운임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일 외교가와 해외언론 분석을 종합하면 팔레스타인의 정치·군사조직 하마스의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며 중동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 지도자를 잃은 하마스뿐 아니라 이란도 격양된 상태다. 자국 심장부인 테헤란에서 새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러 온 손님이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이란과 하마스는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대외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계에도 적잖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물류공급망과 유가, 환율에 변수가 되는 지정학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해운과 항공 등 수송업종은 지정학적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로 꼽힌다. 다만 영향을 미치는 양상은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선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원양 컨테이너 정기선을 운영하는 HMM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들이 큰 수혜를 입고 있다.

2023년 들어 선복량 증가로 운임이 꺾이며 업황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었는데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운임 상승을 촉발해 업황이 다시 반등했다. 

친이란 성향의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함에 따라 수에즈운하를 통해 인도양에서 지중해로 넘어가는 통로가 막혔고 이에 선박들이 대서양과 붙어 있는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우회하는 경로를 선택하며 운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 해운선사들의 우회 항로 운항이 보다 장기화할 수도 있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의 홍해 우회항로 채택은 적어도 올해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복량 공급과잉을 눈앞에 둔 현재 시점에서 홍해위기에 따른 수혜의 연장은 선사들이 재무적 체력을 비축할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반면 항공사들은 중동의 정세 흐름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유가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는 환율과 함께 항공사의 비용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요소로 꼽힌다. 

국내 항공사들의 영업비용에서 연료유류비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35% 안팎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 당 1달러 오르면 약 3100만 달러의 손해를 입는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실제 하니예 사망 소식과 함께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멈추고 급반등했다. 

7월3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4.25%(3.18달러) 상승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선물거래소의 10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3.55%(2.77달러) 오른 배럴당 80.8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항공사마다 중동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수송업 희비 교차, ‘해운’ 시간 벌고 ‘항공’은 긴장

▲ 항공업계는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 탓에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항공 화물 분야는 오히려 반사수혜를 누릴 여지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대부분의 항공사가 비용 측면의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긴 하지만 항공 화물 분야는 해상 컨테이너 운임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여지도 있다.

항공화물은 해상 컨테이너와 대체재 관계에 있기 때문에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면 항공화물 운임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항공화물 사업 비중이 적지 않은 대한항공은 비교적 수익성 방어에 유리한 셈이다. 

반면 여객사업 위주로 영업을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외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여객 공급 증가에 따른 여객운임 하락 압박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수익성 압박까지 겹치게 됐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홍해 위기를 비롯한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항공 여객 부문에는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항공 화물 쪽은 오히려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긴급한 화물들이 항공 화물로 전환되며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